기후와 탄소의 문제는 상호 간에 어떤 인과 관계인지에서 시작하여 인류의 책임에 대한 공감, 서로 다른 입장의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다투고 타협하는 복합적이면서도 다면적인 사안이다. 국제 사회는 치열한 논쟁과 국가 이익을 위한 협상의 과정에서 여러 차례 어려움을 겪지만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는 노력을 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파리 협약 복귀로 새롭게 출발하는 인류의 노력과 거기에 발맞추어 환경·사회·지배구조(ESG)라는 새로운 경영으로 무장한 민간 기업의 대응도 나타나고 있다.
국제 사회의 중요한 일원인 대한민국도 기후변화 대응을 국가적 어젠다로 삼아야 한다는 명제를 제시하면서, 기후변화 이야기를 시작해 본다. 첫 번째 이야기는 기후변화 ‘위기에 대한 공감과 인류의 책임’이라는 의식이다.
통계에 따르면 산업혁명 이후 지난 100년간 지구의 표면 온도는 평균 0.9℃ 상승하였다. 지구가 더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인간의 탓인가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었다. 1988년 과학자들이 결성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는 국제연합(유엔·UN)과 협조하여 기후변화 이슈를 과학의 영역에서 정치의 영역으로 전환하여 대응하는 전기를 마련한다.
1992년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로에서 열린 기후변화 정상회의의 결론은 ‘공통의 차별화된 책임(Common but Differentiated Responsibility)’이다. 기후변화의 원인에 대해서 모든 인류가 공통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선언하면서, 그 책임의 분배는 각국의 상황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합의가 있었기에 지금 우리는 “기후변화의 원인은 인류의 활동에서 기인(anthropogenic)”한다고 인정한다. 지구가 더워지는 것은 온실가스의 영향이고 온실가스는 화석연료의 사용을 통해 배출된다. 이러한 공감이 있기에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모든 나라가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일에 참여해야 한다는 점을 수용한다. 리우는 위기의 공감과 공동의 책임을 인정한 첫 발자국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도 불구하고 리우는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쟁점을 잉태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차별화된 책임’의 문제이다. 모든 나라가 공동의 책임을 인정하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의무를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생각이 다르다는 것이다. 온실가스의 감축은 구두 선언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며 국가의 경제 성장과 밀접히 연결되기 때문이다. 오늘날 인류 문명은 화석연료에 기반하고 있고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인다는 의미는 곧 경제 성장의 중단을 의미한다고 볼 수도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들은 먹고사는 문제가 환경의 문제에 우선하기에 온실가스의 감축을 선뜻 약속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러한 쟁점이 있기에 리우는 원칙의 선언에 머물렀고, 1997년 교토에서도 선진국은 구체적인 감축 목표를 설정했지만, 나머지 대부분 국가는 그러한 수치 목표에 동의하지 않은 상태로 협정에 서명하는 제한적 약속을 하게 되었다. 이후 모두가 참여하는 새로운 합의를 만들기 위한 국제 사회의 노력이 계속되었지만 2015년 파리에서 대타협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의미 있는 진전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선진국과 개도국의 논리와 쟁점이 무엇이며, 대타협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는 이어지는 글에서 다루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