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건 중국인데, “일본 너희가 마셔 봐라”, “한국 잘하고 있다” 식의 보여주기식 정치질뿐이다. 막상 중국이 방류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없다. 어쩌면 그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원 문제에 매달리기 바쁠지 모른다.
결국 급한 건 우리고, 이미 1패를 안은 상태에서 경기를 시작하게 됐다. 지난달 본지와 얘기를 나눈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마치 고지를 선점한 후 타이틀 방어전을 하는 듯했다. 웃으며 얘기하면서도 말에는 가시가 가득했다. 한국과 일본 양국 정부의 양자 협의체 추진에 대해 환영한다면서도 IAEA의 독립적인 활동과 별개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 정부가 국제해사기구(IMO)에 도움을 요청한 사실도 “우리 관할”이라는 말로 쳐냈다. 그동안 많이 협력한 기구지만, 이번 이슈만큼은 빠지라는 식이다. IAEA가 알아서 할 것이고 자신 있다는 말은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위험이 큰 우리 입장에서는 기꺼이 받아들이기 어렵다.
IAEA가 추진 중인 국제조사단이라는 것도 애매하다. 한국 전문가를 포함하겠다면서 동시에 정치적이지 않은, 정부 기관 소속이 아닌 사람이어야 한다고 한다. 말에 모순이 느껴진다. 한국 전문가가 팀에 들어가려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에 조금이라도 피해가 있는지 보기 위함인데, 그 어느 때보다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일본은 올여름 방류 지점과 방류 방법을 결정할 예정이다. 그 전에 충분한 정보를 받아내 방류 과정에 우리가 가능한 한 깊숙이 개입해야 한다. 방류 결정 때처럼 일본 독자적으로 목소리가 나오게 해선 안 될 것이다. 보다 영리하고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방류를 막는 것이 최선일 수 있지만, 외교라면 차악도 고려해야 한다. 언제까지 정부가 시민단체처럼 피켓만 들 순 없다. 일본과의 양자 협의체를 빠르게 구성하고 IAEA 조사단 구성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특히 현재 문제가 되는 완전한 정보 공개 청구를 마무리짓는 게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