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오르기에바 “김용 전 총재가 주도한 것”
미국, 공식입장 밝히지 않고 있으나 의회 우려 목소리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옐런 장관이 게오르기에바와의 업무적 전화 통화를 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달 초 게오르기에바 총재가 이전 직장인 세계은행(WB)과 관련해 이른바 ‘친중국’논란이 불거진 이후 업무적 용건으로 옐런 장관과의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끝내 닿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간 IMF와 재무부는 다자간 협정 등을 통해 긴말하게 협력해왔으며 특히 두 사람은 IMF의 6500억 달러(약 769조 원) 규모 특별인출권(SDR) 확대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올해 초에는 정기적으로 접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이번 옐런의 ‘전화 거부’는 스캔들과 관련해 ‘거리두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불가리아 경제학자 출신인 게오르기에바는 2019년 10월 크리스틴 라가르드 전 총재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아 189개 회원국을 둔 IMF의 수장에 올랐다. IMF 이전에는 2017년부터 2019년 4월까지 WB 최고경영자(CEO)를 지냈다.
앞서 WB 이사회는 법무법인 윌머헤일을 통해 2018년도 기업환경평가 보고서의 데이터 부정합성에 관해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해당 보고서에서 중국 순위를 올리라는 내부 고위층의 압력이 있었고, 여기에 김용 전 총재와 게오르기에바 당시 WB CEO가 개입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해당 조사 결과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오히려 김용 전 총재의 참모가 중국 순위를 올리기 위해 홍콩 데이터를 중국 평가에 포함하려고 시도했지만, 자신이 개입해 이를 막았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IMF와 세계은행의 최대 지분을 갖고 있지만, 아직 이번 스캔들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는 않고 있다. 다만 미국 의회에서는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 모두 이번 스캔들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위원장인 밥 메넨데스(민주)와 제임스 리시 공화당 간사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게오르기에바 총재를 둘러싼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한 미국 재무부 관계자도 “자체적으로 게오르기에바 총재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의혹을 검토했는데 우려스럽고 심각해 보인다”면서 “IMF의 자체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IMF 윤리위원회는 현재 WB에 대한 조사 결과를 검토하고 있다.
문제는 미국 재무부 장관과 IMF 총재 간 의사소통이 부재한 가운데 내달 11일~17일 전 세계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이 한자리에 모이는 IMF와 WB 연례 총회가 열린다는 점이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무부 대변인은 옐런 장관이 최근 게오르기에바 총재와 접촉했는지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고, IMF 대변인도 답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