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615억3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말(4631억2000만 달러)보다 15억9000만 달러 줄었다.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10월 말(4692억1000만 달러) 사상 최대를 찍은 뒤 석 달 연속 감소하고 있다.
외환보유액이 줄어든 것은 달러 강세로 인해 지난달 기타통화 표시 외화자산의 미 달러화 환산액이 감소한 영향이 컸다. 여기에 금융기관의 외화예수금이 감소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미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유로화ㆍ파운드화 등 다른 외화자산의 달러 환산액이 감소했다. 지난달 말 기준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미 달러화 지수인 달러인덱스(DXY)는 97.26으로 전월(95.97)보다 1.3% 올랐다. 이에 유로화와 파운드화가 미 달러화 대비 각각 1.6%, 0.8% 절하됐다.
최근 환율 하락으로 외화예금 가입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금융기관 외화 지급준비금예치금이 감소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은행 국제국 외환회계팀 강신영 차장은 "금융기관의 외화 예금이 줄면 지준예치금도 줄고, 반대의 경우에는 늘어나게 된다"며 "결국 환율 하락으로 외화 예금이 줄어든 게 외환보유액 감소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경상수지가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점도 외환 보유액이 줄어든 데 영향을 미쳤다.
다만 최근 환율 하락을 진정시키기 위해 외환 당국이 외환보유액을 활용하는 등 시장 안정화 조치까지는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강신영 한은 차장은 "15억9000만 달러 감소분의 대부분은 외화 자산의 미 달러 환산액이 줄어든 것"이라며 "일부는 금융기관의 외화예수금이 감소가 있었다"고 말했다.
외환보유액을 자산별로 보면 국채나 정부기관채, 회사채, 자산유동화증권 등에 투자하는 유가증권(4090억7000만 달러)은 한 달 전보다 126억2000만 달러, 특별인출권인 SDR(152억9000만 달러)은 8000만 달러 줄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한 교환성 통화 인출 권리인 'IMF 포지션'은 3000만 달러 감소한 46억1000만 달러였다.
해외 중앙은행이나 주요 글로벌은행에 보관해 둔 현금성 예치금은 111억3000만 달러 불어난 277억7000만 달러였다. 금은 시세를 반영하지 않고 매입 당시 가격으로 표시하기 때문에 전월과 같은 47억9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세계 8위 수준이다.
1위인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3조2502억 달러로 278억 달러 늘었다. 이어 일본(1조4058억 달러), 스위스(1조1100억 달러), 인도(6336억 달러), 러시아(6306억 달러), 대만(5484억 달러), 홍콩(4969억 달러), 우리나라 순이다. 사우디아라비아(4548억 달러), 싱가포르(4179억 달러)는 9위, 10위로 우리나라의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