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운 우리말] 불안한 심리 '핸드헬드 숏' → '들고 찍기'

입력 2023-11-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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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위 감독 영화 '아비정전' 스틸컷 (네이버영화)
▲왕가위 감독 영화 '아비정전' 스틸컷 (네이버영화)

영화는 '카메라의 예술'이다. 카메라로 인물을 촬영할 때, 어떤 각도ㆍ거리ㆍ움직임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

카메라를 땅에 고정해서 볼 때 인물은 정적이고 차가운 느낌을 풍긴다. 카메라를 손으로 들고 흔들면서 찍으면 인물은 동적이고 뜨거운 느낌을 풍긴다.

카메라를 손에 들고 흔들면서 찍은 화면을 핸드헬드 숏(hand-held shot)이라고 한다. 국립국어원은 이를 '들고 찍기', '들고 찍은 화면'으로 순화해 사용하기를 권장한다.

들고 찍기는 인물의 불안한 내면을 형상화할 때 사용하는 기법이다. 전쟁영화ㆍ범죄영화 등에서 들고 찍은 화면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적들의 추격을 피하는 군인이나 경찰에 쫓기는 범인을 포착할 때 유용하다.

들고 찍기는 장면에 사실성과 현장감을 부여하는 효과가 있다. 이 때문에 긴박감을 표상할 필요가 있는 장르영화뿐만 아니라 실존 인물들이 등장하는 다큐멘터리에서도 자주 사용하는 기법이다.

왕자웨이(왕가위) 감독의 영화 '아비정전'의 주인공 아비(장국영)는 자신을 버린 어머니를 찾아 필리핀으로 떠난다. 아비는 어머니가 사는 집에 도착하지만, 아들을 만날 자신이 없는 어머니는 가정부를 시켜 집에 없다고 거짓말한다.

어머니와 재회하지 못한 아비는 집을 나와 숲길을 빠른 걸음으로 걷는다. 그런 아비의 뒷모습을 카메라는 들고 찍기로 포착한다. 이 같은 기법으로 인해 관객은 흔들리는 아비의 뒷모습을 '아프게' 마주한다.

그 순간 "단 한 번이라도 어머니의 얼굴을 보고 싶었는데, 그것도 싫으시다면 나도 내 얼굴을 보여주지 않겠다"는 아비의 내레이션이 흘러나온다. 왕가위 감독이 들고 찍기로 포착한 것은 아비의 뒷모습이었지만, 그가 진짜 포착하고 싶었던 것은 흔들리는 아비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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