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감시 있어야 지속가능성 확보
소비자 주도로 ESG활동 전환해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점점 더 일반화되면서 ESG에 대한 회의론도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기후변화가 가져오는 위기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세계적으로 ESG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렸다. 거의 모든 대기업이 유행처럼 흘러가듯이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에서 ESG를 내세우기 시작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범위와 목적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CSR은 기업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사회공헌 활동 수준에 머물렀다. 그런 측면에서 ESG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범위와 목적을 더 명확히 제시하는 방향 및 지표가 되었다.
ESG는 2006년 유엔이 책임투자원칙의 기준으로 제시한 키워드이다. 기관투자자들이 투자 결정 시 기업의 ESG 요소를 고려하도록 하여 기업의 ESG 경영을 이끌어 내도록 하기 위한 묘안이었다. 투자자들이 기업의 ESG 이슈에 대한 정보 공개를 요구하면서 시작된 ESG 공시는 기업의 의무사항이 되어가고 있다. 비재무적 요인으로 인식되던 ESG는 기업의 리스크 관리라는 측면에서 재무적 요인으로 포함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이 수그러드는 상황에서 발생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에너지와 곡물 가격의 상승,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금리 상승, 공급망 위기 등에 따른 국제경기 불황과 투자심리 위축은 ESG의 지속가능성에 위기를 가져오고 있다. 기업 실적과 투자가 위축된 상태에서 기업이 ESG를 추구할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 ESG를 추구하다가는 기업이 지속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ESG 회의론은 위와 같은 경기 불황에 따른 요인 이외에 그린워싱도 한몫을 했다. 그린워싱이란 친환경을 표방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환경 개선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하고 오히려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데 소비자를 호도하는 기업의 위장된 환경주의를 의미한다. 이제 투자와 기업이 주도하던 ESG 활동에 소비자, 시민의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ESG가 무분별하게 소비자를 현혹하는 장식처럼 사용되는 것을 방지하고, ESG에 대한 회의론으로 ESG가 퇴조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소비자, 시민 주도의 ESG로 전환되어야 한다.
투자 측면에서 기업의 ESG를 견인하려는 시도는 기업의 수익률을 중시하는 투자의 입장에서는 한계가 명확한 것이었다. 기업도 ESG가 경영실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선택과 지지가 더 필요했다. 사실 ESG의 혜택은 궁극적으로 소비자, 시민에게 돌아간다. 더 친환경적인 제품에 대한 소비는 지구 환경을 개선해 준다. 더 윤리적인 기업의 거버넌스는 대다수가 시민인 종업원의 인권과 권리 신장으로 이어진다. 사회의 일원인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은 사회 공동체를 개선하여 시민들이 더 행복한 살 수 있도록 해준다. 기업의 ESG 활동에 소비자와 시민이 더 참여하고, 협력하여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기업도 소비자와 시민을 ESG 파트너로 인식하고, 시민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공동 활동을 늘려 나가야 한다.
나아가 투자자와 기업 주도의 ESG에서 소비자와 시민 주도의 ESG로 전환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ESG에 대한 소비자와 시민의 의무, 책임이 더 강조되어야 한다. 탄소배출 제로, 넷제로 기업의 제품을 소비하는 착한 소비에서 더 나아가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해야 한다. 에너지를 줄이고, 재활용을 늘려야 한다. 제품을 더 오래 고쳐서 사용하는 ‘고쳐 쓸’ 권리와 의무의 실천도 필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이 속한 지역 공동체, 지자체에서의 ESG 활동을 촉진하는 것이다. 최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지자체의 ESG 활동을 감시하고, 참여해야 한다. 지자체의 성과를 평가할 때 얼마나 환경을 위하고, 시민의 삶을 개선시키고, 투명하게 시민과 협력하며 행정을 해나가고 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소비자와 시민에 대한 ESG 교육이 필요하다. 소비자와 시민 주도로 ESG를 전환할 때 ESG의 효과는 더 소비자와 시민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