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 미국암연구학회(AACR)에 참가해 항암신약 개발 연구 성과를 발표한다. AACR은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유럽종양학회(ESMO)와 함께 세계 3대 암학회로 꼽힌다. 다른 암학회와 달리 초기 임상 단계에 있는 신약후보물질 관련 연구 성과가 주로 발표돼 향후 파이프라인의 가치를 파악할 수 있는 자리로 평가된다.
18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5일(현지시간)부터 10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AACR 2024에 유한양행, 레고켐바이오바이오사이언, 루닛, 지놈앤컴퍼니, 에이비엘바이오, GC셀, 신라젠 등 국내 대표 제약바이오기업이 참가한다.
유한양행은 면역항암제 ‘YH32367(ABL105)’과 ‘YH41723(IMC202)’의 전임상 연구 결과를 공개한다. YH32367은 유한양행이 에이비엘바이오와 공동연구를 통해 개발한 면역항암제 후보물질이다.
유방암·위암·담도암 등 다수의 인간 표피성장인자 수용체2(HER2) 발현 고형암에서 기존 항암치료에 내성을 보이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국과 호주에서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다양한 HER2 발현 종양 전임상 실험에서 대조항체 대비 유의적으로 우수한 항암효력 및 안전성을 나타냈고, HER2 발현이 낮은 종양도 경쟁 약물 대비 높은 효력을 보였다.
YH41723은 이번 학회를 통해 최초 공개되는 물질로 유한양행과 이뮨온시아가 공동 개발 중인 PD-L1(암세포가 면역세포 활성화를 못하게 하는 단백질). TIGIT(일부 T세포와 자연살해세포 표면의 면역수용체) 2중 타깃 면역항암제다.
종양세포가 발현한 면역관문인 PD-L1과 결합해 T세포를 활성화 시키며, 또 다른 면역관문표적인 TIGIT과도 결합해 T세포를 추가로 활성화한다. 유한양행은 인간 PD-L1 발현 암세포를 이식한 마우스 효력평가에서의 이중항체를 구성하는 각 단일 항체 병용 대비 우수한 항암 표력결과를 포함해 YH41723의 세부적인 전임상개발 현황을 밝힐 예정이다.
레고켐바이오는 CD20xCD22 표적 이중항체 항체약물접합체(ADC) ‘LCB36’의 전임상 결과를 AACR에서 처음으로 내놓는다. LCB36은 B세포 혈액암에서 흔히 알려진 표적 단백질인 CD20과 CD22를 표적하는 ADC다.
회사에 따르면 단백질 각각을 표적하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이 둘과 동시에 결합하는 이중항체로 ADC를 만든 시도는 찾아보기 어렵다. 레고켐바이오는 AACR에서 쥐, 영장류에서 얻은 안전성과 효능에 대한 세부 데이터를 제시할 예정이다.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은 AI 바이오마커 플랫폼 ‘루닛 스코프’를 활용해 암 치료 분야에서 AI 기술의 역할을 입증하는 7편의 연구성과를 발표한다. 루닛은 2019년부터 6년 연속으로 AACR에 참가해 루닛 스코프 관련 최신 연구 결과를 지속해서 선보이고 있다.
이번 학회에서 루닛이 발표할 내용은 △다양한 암종에서 ERBB2 변이가 HER2 IHC(면역조직화학염색) 발현에 미치는 영향 분석 △위암에서 CNTN4 발현과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 반응성 사이의 연관성 평가 등이다.
지놈앤컴퍼니는 이번 AACR에서 신규 타깃 면역항암제 ‘GENA-104’의 전임상 결과 4건을 포스터를 선보인다. 지놈앤컴퍼니의 신약개발 플랫폼 지노클을 통해 발굴한 신규 타깃 CNTN4를 표적으로 하는 면역항암제다. 올해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고형암 대상 임상 1상 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고, 2021년부터 4년 연속 AACR에서 초록이 채택됐다.
올해 AACR에서 공개되는 성과는 AI 기술 분석을 활용해 전임상 데이터를 입증한 결과다. 지놈앤컴퍼니는 2022년 AACR에서 CNTN4가 기존 면역항암제 비반응 환자군에서 PD-L1보다 높게 발현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외에도 에이비엘바이오가 이중항체 면역항암제 ‘ABL112’, ‘ABL407’의 전임상 데이터를 포스터로 발표한다. GC셀은 악성 T세포 림프종을 타깃으로 하는 CD5 CAR-NK인 GL205·GCC2005의 전임상 연구 결과와 항암면역세포치료제인 이뮨셀엘씨주의 리얼월드 데이터(RWD)를 공개할 계획이다.
신라젠은 항암제 ‘BAL0191’ 연구 1건, 항암바이러스 플랫폼 ‘SJ-600’시리즈 연구 2건과 펙사벡 연구결과 1건까지 자사의 모든 파이프라인 연구 성과를 발표하기로 했다.
AACR은 초기 임상 결과가 주로 발표되다 보니 투자자들의 관심도는 높지는 않다. 하지만, 항암 트렌드를 파악하는 데에는 효과적이다.
장민환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주로 임상 단계의 결과 발표가 이뤄지는 ASCO와 달리 AACR은 전임상 및 초기 임상 연구가 많다는 점에서 항암 트랜드의 파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선경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임상 초기결과를 발표하는 AACR은 6월에 개최되는 ASCO 대비 투자자들의 관심도는 낮다”면서도 “레고켐바이오에서 과거 기술이전된 파이프라인 모두 전임상 결과를 기반으로 계약이 체결됐다는 점 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