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업계가 해외 사업지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존 중동과 동남아 등 아시아 위주로 한정돼 있던 해외건설 현장이 신흥 개척지인 중남미와 아프리카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중남미의 경우 ‘기회의 땅’으로 여겨지며 올해 수주액과 계약건도 눈에 띄게 늘었다. 또한 아프리카에도 눈을 돌리는 건설사들이 생기면서 첫 삽을 뜨게 되는 사업장도 생기고 있다. 이는 블루오션인 신흥 개척지를 찾아 수익도 올리고 사업 영토도 넓히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신흥국 진출 활발… ‘눈에 띄네’=올해 들어 신흥지로 꼽히는 중남미 및 아프리카 대륙의 수주가 늘었다.
지난 9월 18일 기준 해외건설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현재까지 중남미 국가에서의 수주액은 55억7188만 달러다. 지난해 같은 기간 2억5607만9000달러에 비하면 무려 28배 정도 늘었다. 또 작년 중남미 총 수주액(33억2718만 달러)보다 1.6배 많다.
아프리카는 같은 날 기준 18억7268만4000달러를 기록했다. 작년 동기(8억7315만9000달러)보다 2배가 훨씬 넘고 2013년 총 수주액(10억8291만4000달러)도 이미 넘어섰다. 반면 아시아(중동 제외)와 북미·태평양 지역 국가에서의 수주액은 급감했다.
아시아의 경우 올해 9월 18일 기준 수주액은 94억4429만1000달러다. 작년 같은 기간(159억5036만2000달러)보다 65억 달러 줄었다. 올해 수주액은 작년 총 수주액(275억6824만9000달러)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미·태평양 지역 수주액은 현재 26억8009만1000달러로 작년 동기 수주액인 62억2708만7000달러보다 2배 넘게 줄었다.
이에 대해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사업지 진출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면서 “중남미에서는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지난 6월 43억 달러 규모의 플랜트 수주로 수주액이 늘었다. 또 포스코건설이 최근 11억 달러 규모의 나이지리아 가스화력발전소 사업을 수주해 아프리카 수주액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중남미서 대형사업 수주… 국내기업 새 수익망=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최근 베네수엘라에서 초대형 공사를 수주했다.
두 기업은 6월 말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PDVSA)에서 발주한 48억3674만 달러(약 4조9000억원) 규모의 푸에르토라크루즈(Puerto La Cruz) 정유공장 확장 및 설비개선 공사를 중국의 위슨 엔지니어링(Wison Engineering)과 공동으로 수주했다고 밝혔다.
이 공사의 현대건설 지분은 72%인 34억6939만 달러(3조5000억원)이고,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은 18%(8억6000만 달러), 위슨 지분은 10%(5억 달러)다. 즉, 순수 국내 건설사들의 수주액은 약 43억 달러다.
2012년 베네수엘라에 처음 진출한 현대건설은 현대엔지니어링과 작년 말에도 바탈라 데 산타이네스(Batalla de Santa Ines) 정유공장 신축(1단계) 및 연결고속도로(40km) 공사를 따낸 바 있다. 공사는 23억 달러(2조4270억원) 규모였다.
현대건설은 올해 2월 6억5000만 달러 규모의 칠레 교량(차카오 대교) 공사 계약도 체결했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 중동 중심 시장에서 범위를 넓혀 신흥 시장 발굴에 적극 나선 결과, 중남미 지역을 중심으로 성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며 “향후에도 현대건설이 보유한 우수한 기술력 등을 바탕으로 영업력 확대와 해외 발주처와의 상호 협력과 파트너십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GS건설도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공사(PDVSA)가 발주한 베네수엘라 엘 팔리토 정유공장(El Palito Refinery) 증설공사 수행을 위한 관리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현지 첫 진출이다.
대우건설은 올해 베네수엘라 석유수출시설 FEED 계약을 체결하며 중남미시장에 진출했다. 이 건설사는 기존에 주를 이루던 플랜트사업에서 벗어야 공종의 다양성을 꾀하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2006년 칠레에서 벤타나스(Ventanas) 석탄화력발전소(240MW급) 수주로 중남미에서의 첫 결실을 맺은 이후 꾸준히 석탄화력발전소와 제철소 사업을 수주해 오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이번 가을 멕시코 정유플랜트 설계를 수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은 대륙을 지배하라…알제리 시장 급부상=신흥시장이 각광을 받으면서 아프리카 대륙으로 눈을 돌리는 건설사도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우리 기업들의 알제리 시장으로의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 8월 남아프리카 보츠와나와 잠비아를 연결하는 교량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또 리비아에서는 1978년 벵가지 지역 가리우니스 의과대학 신축공사를 시작으로 현지에 진출한 이래 발전소, 병원, 정부종합청사, 호텔, 도로 등 총 200여건 114억 달러 규모의 공사를 진행했다.
대우건설은 아울러 하천 복원사업 등 알제리로 수주 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다. 삼성물산도 올해 초 알제리 전력청(SONELGAZ SPE)이 발주한 총 6건의 메가 복합화력 발전소 프로젝트 중 모스타가넴(Mostaganem)과 나마(Naama) 두 곳에서 13억7000만 달러(1조5000억원) 규모의 발전플랜트 건설 계약을 맺었다. 또한 모로코 인광석 공사가 발주한 인광석 처리 플랜트 건설공사를 3억5000만 달러(3950억원)에 단독으로 수주했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은 아프리카 우간다 도로청(UNRA)이 발주한 1억2800만 달러 규모의 교량 공사를 일본 기업(Zenitaka)과 공동으로 수주하며 우간다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포스코건설은 최근 나이지리아에서 1조2000억원 규모의 가스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을 따냈고 SK건설은 작년 말 이집트에서 초대형 석유화학 플랜트 공사를 신규 수주했다.
GS건설은 대림산업과 함께 알제리에서 7억1000만 달러 규모의 복합화력발전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수주했다고 밝혔다. 공사금액은 7억1543만 달러(7613억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