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신용평가사 피치는 6일 한국의 신용등급을 ‘A+’에서 ‘AA-’로 한단계 상향조정했다. 등급전망은 ‘안정적’으로 부여했다. 무디스에 이어 열흘 만에 피치도 더블A 등급을 부여함에 따라 한국은 명실공히 선진국으로 도약했다는 평가다.
피치는 지난해 11월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한데 이어 10개월 만에 등급을 한 단계 상향했다.
또 이는 2005년 10월 ‘A’에서 ‘A+’로 등급상향 이후 7년만의 등급 조정이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피치 기준으로 15년 만에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한국은 이번 조정으로 ‘A+’ 등급인 중국, 일본, 대만보다 한 단계 높은 등급으로 올라갔으며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등급이다.
피치는 △불안한 대외여건 속에서도 지속되고 있는 실물·금융부문 안정성 △튼튼한 거시경제정책 체계 △구조적 여건(소득·사회·정치 부문의 안정 등) 개선 등을 등급 상향 사유로 제시했다.
피치는 “건전재정기조가 지속하고 국가채무 감소 등이 이뤄질 경우 앞으로 등급 추가 상향조정이 가능하며 고령화에 따른 재정부담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부채가 많은 가계와 중소기업에 대출비중이 높은 은행부문 자산의 질 또는 유동성이 급격히 악화하거나 북한의 갑작스런 붕괴 등이 발생하면 하향조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극히 낮은 것으로 평가했다.
무디스도 지난달 27일 한국의 신용등급을 ‘A1’에서 ‘Aa3’로 상향조정해, 무디스 기준으로 한국은 사상 최고 등급을 받았다. 피치 기준 ‘AA-’는 무디스가 부여한 ‘Aa3’와 동일 등급이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무디스의 등급 상향조정에 이은 이번 등급 상향조정은 불안한 대외여건에도 우리나라의 향상된 경제체질 및 거시경제운용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다”고 말했다. 피치가 한국의 견조한 성장세, 낮은 실업률, 양호한 재정건전성, 경상수지 흑자기조, 통화·재정정책 여력 등을 강점으로 평가했다는 것.
주요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추세 속에서 2개의 신용평가사가 우리 신용등급을 상향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실제로 A레벨 이상 국가들에 대한 3대 신용평가사의 등급 또는 전망 상향조정은 전무했다. 또 지난해 이후 A레벨 이상 국가들 중 2개 이상의 신용평가사로부터 등급이 상향조정된 국가도 전무하다.
피치의 이번 신용등급 상향조정은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보인다.
국가신용등급 상향은 국내 금융기관·기업 등의 신용등급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또 가산금리 하락으로 국내금융기관·기업 등의 해외 자금조달 비용이 감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스탠더드 앤 푸어스(S&P)는 한국의 신용등급을 ‘A’로, 신용평가사 3사 중 가장 낮은 점수를 주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AA-’ 등급을 매겨 우리나라와는 두 단계 차이가 난다. 무디스와 피치가 이번에 신용등급을 상향함에 따라 S&P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