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와 냄새를 적외선 최소화한 요리기구로 주부들의 인기를 한 몸에 얻었던 자이글이 지난해 9월 코스닥시장에 입성했다. 이 회사가 선보인 요리기구 ‘자이글’은 주부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면서 홈쇼핑 대박 상품으로 주목을 받았다. 자이글은 상장 당시 단일 상품의 매출이 절대적이라는 불안 요소가 부각되면서 공모가격을 낮추는 등 쉽지 않은 길을 걸었다. 상장 1년이 갓 지난 자이글은 최근 인수·합병(M&A) 등 사업다각화에 적극 나서고 있어, 내년에는 시장 소외주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약을 이룰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홈쇼핑 떴지만…주식시장에선 관심 못 받아 = 자이글의 코스닥 입성은 홈쇼핑만큼 뜨겁지 못했다. 지난해 9월 6일 첫 거래를 개시한 자이글은 당시 시초가 대비 5.15% 하락하면서 1만29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자이글의 시초가는 공모가(1만1000원)보다 2600원 높은 1만3600원으로 시작했다. 종가는 공모가인 1만1000원보다 17.3% 높았지만, 상장에 앞서 공모가를 대폭 낮춘 점을 고려할 때 실망스러운 결과라는 평가를 받았다.
자이글은 지난해 8월 수요예측을 벌인 뒤 공모가를 희망범위(2만~2만3000원) 하단의 절반 수준까지 낮췄다. 단일 매출 구조라는 한계 때문에 기관투자가의 참여가 저조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공모가를 희망밴드 절반까지 낮춰가면서 상장하는 것에 대해 의아해하는 시각도 있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단일 시장, 단일 아이템에 지나치게 의존한 사업구조의 한계”라며 “회사 측에서 여러 가지 성장 잠재력을 강조했지만, 기관을 설득하기에는 부족했다”라고 상장 당시 분위기를 설명했다.
◇정치테마주로 반짝…이후 주가 하락에 골머리 = 상장 후 자이글의 주가는 줄곧 하락세를 그렸다. 하지만, 올해 초 8000원대에 머물던 주가는 4월 들어 급등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같은달 10일에는 1만3850원까지 치고 올라가면서 상장 이후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불과 며칠 만에 70~80%의 주가 상승을 기록한 것.
당시 회사 측은 신제품 발굴과 매출 채널 다변화 일환으로 타법인주식 취득 또는 출자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이글의 주가는 이 보다는 정치테마주로 엮이면서 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자이글 사외이사로 선임된 이도형 씨가 국민의당 대선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이력이 부각되면서 주가를 끌어 올린 것. 하지만 정치테마주가 늘 그렇듯 상승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주가는 최고점을 찍은 이후 5개월 만에 6000원대로 떨어지면서 사상 최저점을 갈아치웠다.
이 같은 주가 하락은 저조한 실적과 무관치 않다. 자이글의 지난해 매출액은 1020억 원으로 전년 동기(1019억 원)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영업이익은 124억 원으로 26%가량 줄었다. 지난해 하반기만 놓고 보면 영업이익 하락 폭은 더 커진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30% 줄었다. 전년 4분기 15%에 달했던 영업이익률 역시 10%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에 대해 자이글 측은 상장 비용 35억 원과 무형자산 상각비 7억 원 등, 총 42억 원의 일회성 비용이 반영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올해 역시 실적이 저조하다는 것. 올 상반기 매출액은 476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1.8% 떨어졌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1억 원을 기록해 전년 같은 기간보다 55.9% 하락했다.
◇신사업 활로 모색…내년 주가 부양될까 = 소비 위축으로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자이글은 신사업을 통해 활로를 모색 중이다. 최근에는 수상 레저·스포츠 분야 코스닥 상장기업인 ‘우성아이비’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20억 원을 투자했다. 자이글은 우성아이비의 지분 5.89%를 확보, 2대 주주에 올랐다. 해당 투자에 앞서 이진희 자이글 대표는 지난 3월 진행된 우성아이비 유상증자에 참여, 개인 지분 0.43%를 확보하고 있었다.
더불어 오비맥주와 업무제휴 계약을 맺고 외식 사업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자이글은 12월 초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자이글의 1호 외식 매장인 ‘자이글 그릴&펍’을 연다. 자이글 그릴을 활용한 구이 전문점과 맥주 전문점이 결합된 형태로, 오비맥주와 공동 마케팅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전국으로 직영·가맹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시장 소외주를 벗어나지 못했으나, 최근 활발하게 신사업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내년에 어느 정도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