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이사회 독립’ 시발점 될까

입력 2019-02-21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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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이사회 의장직 사임 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작년 7월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18 확대경영회의에 참석, 글로벌 성장과 일하는 방식의 혁신에 대한 각 관계사 CEO들의 발표 내용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SK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작년 7월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18 확대경영회의에 참석, 글로벌 성장과 일하는 방식의 혁신에 대한 각 관계사 CEO들의 발표 내용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SK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SK㈜ 이사회 의장직 사임 결정이 재계 전체의 이사회 독립성 강화로 가는 시발점이 될지 주목된다. 국내 기업 이사회의 경영진 견제 기능은 전 세계에서 최하위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SK㈜는 다음 달 5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최 회장의 의장직 사임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최 회장이 의장직에서 물러나는 데는 그룹의 지배구조를 선진화하려는 의중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하면 주주의 입장보다 경영진 입장을 더 고려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사회는 주주의 입장을 대변해야 하지만, 이사회 의장이 경영진이라면 주주보다는 경영자로서의 판단이 강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이 ‘주주 등 이해관계자의 행복’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주의 권한을 강화해 사회적 가치를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의장직을 사임한 것으로도 보인다. 특히 SK그룹은 계열사에 대해 ‘이사회 평가 모형’도 개발에 돌입하며 이사회의 독립성과 효율성을 제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SK그룹이 쏘아 올린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공이 국내 기업 전반의 지배구조 패러다임을 변화시킬지는 아직 미지수다. 국내 자산 규모 1000억 원 이상 상장사 중 86%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고 있을 정도로 이사회 의장과 경영진이 분리돼 있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내 기업 중 이를 따르는 회사는 많지 않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의 이사회는 경영진을 감시하는 기능이 전 세계에서 최하위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2017년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 이사회의 회사경영 감독의 효과성은 63위를 기록하며 전년도보다도 2단계 하락했다. 회계감사의 적절성과 경영진의 사회적 책임, 관리자의 신뢰성도 각각 63위, 60위, 60위에 그쳤다. 지난해 발표 결과에서도 기업의 효율성은 낙제점을 받았다. 경영진에 대한 불신과 불투명한 기업경영 등으로 경영 관행은 하위권을 유지했다. 경영진에 대한 사회적 신뢰는 2계단이나 내려왔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평가에서도 주주 지배구조 (Shareholder governance) 항목 순위는 15위에 그쳤다. 주주 지배구조는 기업의 경영 결정에 주주가 미치는 영향력, 이사회의 독립성, 소유지분에 대한 기업의 투명성 등을 측정하는 것으로, 지난해 신설된 항목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는 경영진에 대한 견제력이 높아진다는 의미로, 최 회장의 의장직 사임은 용단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당장 손에 쥘 수 있는 권한을 택하기보다는 SK그룹의 지배구조를 개선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려는 취지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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