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환의 Aim High] 조범동(Feat. 조선생) 게이트가 열린다

입력 2019-09-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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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경제부장

“펀드 투자에 무지했다”는 조국 법무부 장관 지명자의 말을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권한다. 포털 사이트에서 조범동이라는 이름을 검색해 보시라. 여의도 증권타운 밥을 꽤 먹었다면 대번에 “설마, 그 ‘조선생?’”이라며 눈이 커질 게다. 그 ‘조선생’ 맞다. 이제는 ‘조국 지명자의 5촌 조카 조모 씨’로 더 유명해졌지만, 원래 조범동 씨는 ‘조선생’으로 통하던 인물이다.

조국 지명자와 조범동, 조선생을 모두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번 소동의 주인공은 조국 지명자가 아니라 조선생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짐작하고도 남지 않을까 싶다.

조범동 씨는 증권가에서 제법 이름을 날리던 전업투자가였다. ‘조선생’이라는 이름으로 증권투자 카페에서 활동했다. 개인투자자들을 위해 시황 설명과 실시간 방송, 주식 상담을 무료로 진행하고, 기업의 환율 및 주가 관련 투자 자문도 했다. 지금은 폐쇄된 탓에 접속이 불가능하지만 이 증권투자 카페는 한때 꽤 많은 회원을 거느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원래 조선생은 IT업계에서 일하던 인물이다. 과거 홈페이지 제작 및 IT컨설팅 전문업체를 운영했고, 웹에이전시 대표도 맡았다. 그런 그가 어떤 과정을 거쳐 주식투자 전문가가 됐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스스로 “주식 및 선물ㆍ옵션을 독학, 자신만의 투자비법을 완성해 낸 전업 트레이더”라고 소개하고 있을 뿐이다.

필부였던 조선생이 재야 고수로 대중 앞에 등장한 것은 2011년이다. 그는 온라인 등에서 개최된 투자대회를 휩쓸었다. 한 선물ㆍ옵션 전문 사이트가 주최한 수익률 공개 방송에서는 수많은 전문가들을 누르고 누적 수익금 1위, 승률 1위를 차지했으며, 증권사와 증권포털 사이트 등이 주최하는 수익률 대회에서도 상위권에 잇달아 이름을 올렸다.

그 뒤 개인투자자를 상대로 한 강의와 방송 등에 전문가로 초빙돼 명성을 쌓았다. 외국계 투자회사의 국내 파생상품 자산운용과 투자자문을 맡기도 했고, 증권사에서 투자자문과 시황 설명회를 여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조선생’의 유명세를 등에 업은 두 권의 주식투자 안내 서적은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한 권은 주식에서 한발 더 나아간 선물·옵션 투자 안내서다.

이른바 ‘가족펀드 의혹’에 관해 “잘 몰랐다. 투자내용도 이번에 처음 들어봤다”는 조국 지명자의 해명은 사실일 개연성이 크다. 알아주는 투자 전문가인 조카가 있는데 조 지명자가 실타래마냥 얽히고설킨 사모펀드에 직접 손을 댈 이유는 별로 없어 보인다. 굳이 사모펀드니 우회상장이니 골치 아픈 투자기법을 꿰뚫고 있을 필요도 없지 않을까 싶다. 사법개혁 마름질하고 친일파 축출하느라 바빠 먼 친척이 뭐해서 먹고사는 사람인지조차도 제대로 몰랐을 수 있다.

궁금한 것은, 거꾸로 조선생도 조국 지명자가 뭐하는 사람인지 몰랐을까이다. 조선생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펀드는 주로 공공기관이 주관하는 각종 이권사업 투자에 뛰어들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주식은 물론 선물·옵션까지 섭렵한 투자 전문가인 조선생은 ‘조국도 투자했다’는 한마디에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몰랐을까. ‘조국의 조카’라는 지위가 공공조달 입찰에서 갖게 될 힘을 정말 몰랐을까.

지겹도록 봐왔던 그 문이 또 열릴 조짐이다. 한 번 봉인이 풀리면 걷잡을 수 없다는 것을 정권이 바뀔 때마다 확인해왔다. 이번만큼은 아닐 거라던 기대는 수상한 악취가 문틈을 비집을수록 크게 금 가는 중이다.

조국 지명자가 져야 할 책임은 얼마나 될까. 조선생은 한창 이름을 떨치던 2014년 여름, 진보를 표방하는 한 언론과 인터뷰를 했다. 그는 “대박을 꿈꾸지 말라”며 이렇게 말했다.

“기업 정보나 호재, 사업 내용을 누군가가 공개한다면 그것은 불법이고, 그 내용을 공개한다면 처벌받아야 한다. 물론 같이 투자해 시세차익을 남긴 사람들도 주가조작이나 내부자 비밀정보 이용 시세차익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w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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