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실상 마비된 항공업의 여파가 정유업까지 번지고 있다.
매출의 10% 가량을 차지했던 항공유 수요가 급감했을 뿐 아니라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크랙마진마저 16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며 항공 산업에 이어 정유 산업까지 코로나19발(發)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크랙마진은 항공유, 휘발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과 그 원료인 중유의 가격차이를 뜻한다.
23일 S&P 글로벌 플라츠에 따르면 최근 두바이 스와프 기준 아시아 항공유 및 등유 크랙마진은 지난주 기준 배럴당 3.71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연초 15달러대에 머물렀던 것보다 70% 이상 하락한 수치로, 2003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두바이 스와프는 캐시 두바이(두바이 현물 물량에 대한 벤치마크 가격)에서 거래되는 현물이 2개월 후에 선적되기까지 현물가격의 변동성을 고려해 나온 지표다.
싱가포르 항공유·등유 크랙마진 역시 이날 스팟(현물) 기준 배럴당 7.2달러로 전주 대비 2.2달러 하락했으며, 전년 대비로는 6달러 가까이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항공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고 등유 가격도(국제유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많이 떨어져서 항공유 크랙마진 역시 줄어든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분간 정유사의 항공유 부문은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4월 국제 항공유 수요가 전년동월대비 40% 줄어들고, 국내 역시 5분의 1 토막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항공유 수요 역시 반등하긴 어려워 보인다.
실적으로 연결되는 1개월 레깅 크랙마진 또한 배럴당 -22.4달러를 기록했다. 그동안 항공유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얻던 정유사로서는 기본적인 소득원을 잃은 셈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수습되더라도 여객 수요는 가장 늦게 회복될 것으로 보이며 항공산업은 마지막까지 생사의 갈림길에 설 것으로 우려된다. 항공유 수요 회복 역시 코로나19 종식보다 더욱 긴 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여객 수요 부진에 따라 항공 산업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며 “이에 따라 정유사의 항공유 부문의 반등 또한 코로나19 사태 수습의 마지막 단계에서 확인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되더라도 중장기적으로 항공유 수요 성장이 대폭 하락할 것이란 관측도 하고 있다. 중국·인도의 항공 여객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2025년경이 되면 지금보다 성장률이 상당히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