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주택거래 증가는 부채 증가일뿐

입력 2015-02-25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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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

올 들어 언론들은 주택 거래량 증가를 대대적으로 들먹이며 ‘부동산시장 회복’을 부르짖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 아파트 거래량이 전년 대비 15.9% 늘어나는 등 거래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같은 거래 증가는 지속되기 어렵다. 미국에서 보는 것처럼 가계 부채 감소, 일자리 증가, 가계 구매력 증가에 따른 부동산시장 회복과는 거리가 멀다. 사실 지금의 주택거래 증가는 한마디로 ‘부채의 힘’ 때문이다. 따라서 지난해 주택거래가 늘었다는 말은 그냥 부채가 늘었다는 말로 바꿔 생각하면 된다. 부채 증가를 제외하고 국내 주택거래 증가와 주택가격 상승을 추동하는 다른 힘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자.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감액을 비교해보자. 2006년 하반기 서울의 아파트 거래가 증가하면서 가격도 폭등했다. 부동산 폭등기의 절정이었던 2006년 11월 서울에서는 2만5382건의 아파트 거래가 이뤄졌다. 그해 7월에 6374건의 거래가 이뤄진 것에 비해 네 배가량이나 폭증한 것이다. 이 같은 거래 증가는 당시에도 부채 증가에 힘입은 바 컸다. 그해 7월 은행권의 서울지역 주택담보대출액은 2조3435억원 늘었으나 11월에는 4조9513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2006년 말의 폭등기를 지난 후 2008년 상반기의 ‘뉴타운광풍’ 시기를 제외하면 수도권 주택시장은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이에 따라 주택 거래도 과거에 비해 확 줄었고, 주택담보대출도 주춤해졌다. 그런데, 박근혜정부 들어 ‘빚 내서 집 사라’고 부추기는 부양책이 이어졌다. 급기야 최경환 경제부총리 취임 이후에는 주택대출 규제까지 풀었다.

그 결과 주택 거래량이 늘기는 했다. 2012년 서울의 월별 평균 주택거래량은 2012년 3731건이었던 것이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이후인 2013년에는 5725건으로 늘었다. 그런데 최경환 부총리 취임 후인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의 평균 거래량은 8912건으로 대폭 늘었다. 이 같은 거래량 증가만 보면 최경환 부총리는 주택시장 활성화에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주택담보대출은 얼마나 늘었을까. 2012년 매월 평균 서울지역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7792억원이었고, 2013년에는 8914억원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8~11월 4개월 동안에는 무려 4조8857억원이었다. 특히 지난해 10월에는 1만1161건의 거래가 늘어났는데 주택담보대출액은 5조4810억원이나 늘었다. 부동산 폭등기의 정점이었던 2006년 11월에 비해 거래량은 절반도 안 되는데, 주택담보대출액은 더 많이 늘었다. 부동산 폭등기였던 2006년 11월에 비해 주택 거래 한 건당 늘어난 주택담보대출액이 두 배를 넘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거래량 대비 막대한 부채 증가에 기대 주택 거래량이 늘어났다고는 하나 현재의 주택 시장은 2006년 말과 같은 폭등세와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도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절대적 규모나 주택거래 건당 규모로 보나 2006년 말 수준을 뛰어넘고 있다. 빚으로 억지로 집을 사게 하는 정부의 막무가내식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주택가격 상승세는 전반적으로 미약하다. 더 이상 부채를 동원해서라도 주택 거래와 가격을 밀어올릴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부동산시장은 또 다시 가라앉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가라앉게 될 경우 늘어난 부채 규모만큼 부동산시장 전반과 가계 및 금융권의 충격도 커질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본 것처럼 지난해 늘어난 아파트 거래량은 ‘부채의 힘’을 빼면 그 어떤 실체도 없다고 할 정도다. 지금 국내 부동산시장은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 매우 위험하다. 더구나 가계가 지나친 모험을 감행하지 않도록 제어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무모한 위험을 부추길 때는 정말 대책이 없다. 현재의 부동산시장 흐름을 일반인들이 잘못 보고 오판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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