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이 경영권 방어 및 현대건설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발행하는 상환우선주의 청약률이 64%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청약금액도 당초 3000억원을 크게 밑도는 1924억원 수준이었다.
29일 주관사인 현대증권에 따르면 2000만주 규모의 기존 주주 대상 현대상선 상환우선주 청약 마감 결과 1283만2000주(64.16%)만이 청약을 신청해 실권율이 35.84%에 달했다.
이처럼 높은 실권율은 이번에 발행되는 상환우선주가 비상장돼 유동성이 부족한데다 만기가 5년에 달해 소액주주들이 청약에 대거 불참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구주주 가운데 청약에 참여한 곳은 현대그룹 지주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이하 현대상선 보유지분 18.71%)와 현대건설 인수경쟁을 벌이고 있는 현대중공업(17.6%), 현대삼호중공업(7.87%), 현대건설(8.3%) 등이다.
현대상선의 상환우선주 발행이 현대건설 인수자금 실탄 마련이 목적인 만큼 현대건설 인수 경쟁을 벌이는 현대중공업 측의 참여여부가 관심을 모았다. 결국 현대중공업 측이 지분율 하락을 우려해 상환우선주 청약에 참여, 현대그룹 측에 자금을 보태주는 셈이 됐다.
이번 구주주 배정에 앞서 지난 6일과 7일 우리사주조합 우선 배정분 5%(100만주)의 상환우선주 청약 결과 청약율은 2.15%(2만1496만주)로 실권율이 98%를 기록한 바 있다. 우리사주 우선배정 청약 금액도 3억2240만원에 그쳤다.
당시 우리사주 청약 미달분 97만8504주는 구주주에게 추가 배정돼 구주주 청약 예정주식수는 1900만주에서 1997만8504주로 늘었고, 구주주 1주당 배정비율이 14.277785%에서 15.01316%로 늘어난 바 있다.
결국 이같은 우리사주와 구주주 청약마감 결과 발생한 1076억원 규모의 실권주 716만7300주(35.84%)는 다음달 1일 열릴 이사회에서 제3자에게 배정될 예정이다.
현대상선측은 실권주를 우호세력인 제3자 배정할 것으로 보이며, 은행권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실권주가 현대상선 우호지분에 넘어갈 경우 현대그룹 측 우호지분은 40%를 넘어서게 된다.
현대상선은 현대건설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앞서 지난 6월 3000만주 유상증자를 통해 4200억원의 자금을 모았고, 이번 상환우선주 발행으로 3000억원의 추가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현대상선 상환우선주는 5년 만기 BBB+ 회사채 수익률에다 0.7%의 이자를 보장해 주기 때문에 7% 정도의 금리를 보장받게 된다. 여기에 일반적인 상환우선주와는 달리 보통주와 같은 의결권도 주어지지만 증시에 상장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