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인근 도치기현의 마시코마치 마을은 한때 공업단지로 융성하던 곳이다. 그러나 수년 전 제조업 해외이전 열풍이 불면서 공장들이 떠나버린 지금 이곳은 까마귀만 드나드는 적막한 곳이 되고 말았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막대한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아베노믹스를 펼치고 있지만 마시코마치는 전혀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 이는 엔저 혜택이 도요타 등 수출 대기업에만 집중됐기 때문이라고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소개했다.
도치기현 아시카가은행 산하 아시긴리서치의 류타로 마고메 연구원은 “우리는 엔저 때문에 이 지역으로 돌아온 대기업이 있다는 소식을 전혀 듣지 못했다”며 “한때의 영화가 모두 사라진 이 지역 재건 비용은 엔저 혜택을 능가하기 때문에 대기업들이 해외에서 계속 생산하는 것도 이해할만 하다”고 말했다.
도치기현 공장 일자리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이후 10% 이상 줄었으며 여전히 이런 상황은 호전되지 않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2008년 이후 도치기현에서 1000여 개의 공장이 문을 닫았고 2만2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도치기은행 기획부의 와타나베 다카오는 “엔저 이익은 주요 수출업체로만 흘러가고 있다”며 “도치기현은 이런 큰 기업이 없고 중소기업에 엔저 혜택은 돌아오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고용시장이 회복되지 않고 있다”며 “이에 임금도 인상되지 않아 소비지출도 크게 개선될 수 없다”고 푸념했다.
물론 아베노믹스에 일부 대기업이 호응하려 하고 있다. 파나소닉과 샤프, 에어컨 제조업체 다이킨산업 등은 일부 일자리를 다시 일본으로 가져오겠다고 공언했다. 캐논과 닛산도 자국 생산을 늘릴 계획이며 산업용 로봇 생산업체 화낙은 내년 도치기현에 새 공장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기업이 자국에 투자하기를 꺼린다고 통신은 지적했다. 고령화가 가속화하면서 인구가 줄고 있는 것이 주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산업생산은 여전히 정점이던 2007년에 못 미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일본 자본지출은 전분기 대비 0.1% 감소해 3분기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마시코마치 주민은 아베노믹스에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마을에서 20년간 자동차 정비점을 운영하고 있는 오지마 유이치는 “아베노믹스가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며 “그것은 오직 대기업에만 좋고 우리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심지어 마을 지도자인 오쓰카 도모유키도 “아베가 우리 마을을 살릴 것으로 믿지 않는다”며 “아베노믹스 혜택만 기대하다가는 이 지역의 미래가 없다. 우리는 공장을 대체할 다른 무엇인가를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마시코야키’ 등 도자기로 유명했던 마을의 전통을 살려 관광산업 부흥을 꾀하고 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