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글로벌 기업의 유로 표시 회사채 발행 규모가 443억 유로(약 53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증가했다고 23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시장조사업체 톰슨로이터 집계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매년 1분기 기준으로는 2008년 리먼 쇼크 이후 최대 수준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코카콜라와 AT&T, 버크셔해서웨이 등 세계 굴지의 기업들은 물론 캐나다와 호주 일본의 금융기관들이 봇물 터지듯 유로 표시 회사채를 발행하고 있다. 코카콜라는 지난달 85억 유로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는 미국 기업 사상 최대 규모의 유로 표시 회사채 발행이다. 당시 12년 만기 회사채 발행금리가 1.1%로 낮았음에도 응찰률이 2배에 달하는 등 수요가 몰렸다. 버크셔해서웨이도 이달 초 30억 유로 규모의 회사 첫 유로 채권 발행 계획을 발표했다. 일본은 미쓰이스미토모은행과 미쓰비시도쿄UFJ은행 등이 발행을 결정했다.
기업들이 나서는 것은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QE) 실시로 이 지역 금리가 하락해 이전보다 훨씬 낮은 비용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과 스페인 등 유럽 각국 국채 금리는 미국채를 밑도는 수준까지 하락해 회사채 금리에 대한 하방 압력도 커졌다.
이런 흐름은 ECB가 추가 경기부양을 시사한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다. 미국 프리먼컨설팅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미국 전체 회사채 가운데 유로 채권 비중이 15%를 차지했다. 이는 2년 전에 비해 10%포인트 오른 것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발행금리도 유로가 평균 2% 미만으로, 4% 가까운 달러 표시 채권보다 훨씬 낮다.
전문가들은 ECB의 QE 시행으로 더욱 기업에 유리한 조건이 됐기 때문에 유로 회사채 발행 움직임이 올해 내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미국 투자은행 관계자는 “유럽 주요국 국채 수익률이 하락하고 있어 많은 투자자가 자금운용 대상으로 우량기업의 유로 표시 회사채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이외 유럽 시장도 금리가 연동된 곳이 많기 때문에 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 유로 회사채에 이어 지난달에는 첫 스위스프랑 표시 회사채도 발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