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29일부터 문화체육관광부는 일반인이 보다 쉽게 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매달 마지막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지정했다. 덕분에 다양한 문화시설을 낮은 이용료로 즐길 수 있게 됐다.
최근 처음으로 ‘문화가 있는 날’의 혜택을 누렸다. 3월의 마지막 수요일, 영화를 보여주겠다며 친구를 불러냈다. 눈가에 졸음을 잔뜩 묻히고 나타난 친구는 피곤해 죽겠는데 무슨 영화냐며 핀잔을 줬다.
내 눈꺼풀도 무겁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오랜만에 평일 저녁 영화관까지 닿은 두 사람의 발걸음이 아쉬웠다. 영화를 예매하고, 간만에 기분도 내보려 커다란 팝콘과 콜라도 샀다. 영화를 본 후에는 친구와 커피를 마시며 영화 이야기를 하고, 느지막이 카페를 나서 집으로 향했다.
덜컹거리는 버스 안에 몸을 실은 채 하루를 되짚어봤다.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 없는 거다. 평일 근무 후 친구와 함께 옆구리에 팝콘을 낀 채 좋아하는 영화를 본 게 얼마만이던가. 업무에 치였던 일상에 2시간짜리 영화 한 편이 얹어졌을 뿐인데, 술을 마시거나 잠자기 바빴던 퇴근 후의 일상이 달라졌다. 단조로움에 풍요로움의 문양을 새기는 문화의 힘이었다.
매월 마지막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따를 필요는 없다. 이는 일종의 명분이다. 일과 삶이 구분되지 않는 생활 속에서 최소한의 문화를 즐기고자 하는 나 자신을 향한 설득이다.
저마다 자신에게 편한 시간을 ‘문화가 있는 날’로 정해보자. 하루쯤은 만사를 잊은 채 영화도 관람하고, 그림도 보면, 그날이 바로 ‘문화가 있는 날’이 되는 거다. 30일 중 단, 하루다. 문화가 있는 하루 덕분에 당신의 한 달이 달라져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