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포스코건설 비자금 수사가 성진지오텍(현 포스코플랜텍)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번 수사가 검찰이 포스코건설을 넘어 정준양 전 회장 등 윗선으로 향하는 징검다리가 될 지 주목된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건설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는 성진지오텍의 전 경영진 소환을 검토하고 있다. 성진지오텍의 김모 전 사장 등은 인도네시아 사업과 미국법인에서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포스코건설의 박모 전 상무의 비자금 조성을 도운 혐의로 27일 구속영장을 청구한 IBEL 대표 장모씨와 성진지오텍의 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성진지오텍은 2012년 3월 27일 인도네시아 플랜트 회사 IBEL과 340억원 규모의 오일플랜트 공사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IBEL의 실 소유주는 인도네시아 현지 회사가 아닌 장씨였던 데다 해당 사업은 별 다른 진척 없이 종결됐다. 포스코플랜텍 내부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사업은 한 두 차례 회의가 열렸던 것이 전부였다”며 “사내에서는 IBEL에 사기를 당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사업이 해외 허위사업으로 자금을 빼돌린 뒤 비자금 조성에 쓰인 과정이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성진지오텍의 인도네시아 사업에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의 처남 박모씨가 컨소시엄에 참여한 것도 장씨의 입김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검찰은 장씨가 포스코의 비자금 조성과 전달에서 많은 부분에 관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포스코 고위 관계자는 “이전부터 장모씨가 정치권과 재계의 물 밑에서 활동하면서 인사까지 개입한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언급했다.
장씨가 포스코건설의 비자금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그의 과거 전력도 주목되고 있다. 그는 2002년 불법 대선자금 사건에 연루됐다. 장씨는 그 해 12월 대우건설이 건넨 현금 15억원을 한나라당 대선 캠프에 전달한 의혹으로 수사를 받았다. 장씨는 2007년에는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에게 한 시공사의 대출 편의를 청탁한 대가로 50억원을 받아 기소됐다. 그는 이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추징금 35억원을 판결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