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을 놓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여전히 딜레마에 빠져 있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금리 인상에 대한 공감대는 일찌감치 형성됐으나 시기를 놓고 이견이 분분하다.
다음달 16일(현지시간)부터 이틀동안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한 달여 앞두고 연준이 금리 인상 시기를 아직도 정하지 못한 이유는 크게 미국 경제회복 우려, 달러화 강세, 신흥국 타격으로 압축된다.
우선 미국 경제가 ‘완벽하게’ 회복되지 않은 것이 큰 걸림돌로 작용되고 있다. 8일 발표되는 미국 고용 지표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지난주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가 26만5000건을 기록하며 1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해 고용시장 회복 기대감이 형성됐지만 안심하기는 아직 이르다. 올해 1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수정치가 마이너스(-)로 하향 조정될 것이란 불안감이 거론되고 있는 만큼 경제 여건이 금리 인상을 올릴 만큼 충분하지 않다는 우려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강세를 유지하고 있는 달러화도 금리 인상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지난 3월 주요 통화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ICE 달러 인덱스는 12년 만에 100을 넘어섰다. 현재도 94.47(7일 기준)로 여전히 높은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달러 강세로 미국 기업들은 이미 손해를 입은 상황. 달러화 강세에 따른 미국 대기업들의 환차손이 1분기에 2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될 정도다. 금리 인상으로 달러 강세 기조가 더욱 부각될 경우 연준은 기업들의 원성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 시장조사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미국 주요 500대 기업의 1분기 실적 전망을 보면 미국 외에서 매출의 과반을 버는 글로벌 기업은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9% 감소할 전망이다. 미국의 매출이 과반수인 기업은 반대로 2.3%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기업들은 해외에서 벌어들인 외화를 달러로 환산시 매출이 줄어든다.
여기에 금리를 인상했을 경우 신흥국과 원유 수출국에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이란 불안감도 연준의 금리 인상 행보를 막고 있다. 과거 아시아 외환위기도 달러 강세가 단초가 돼 발생했던 만큼, 금리인상 시그널을 지속적으로 시장에 던지고 있지만 파급력이 미미할 것이란 보장이 없다는 불확실성도 금리 인상 결정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이에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언급한 증시 버블 발언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있다. 옐런 의장은 증거금률을 높여 증시 투자를 충분히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만약 증시 과열을 우려했다면 이 같은 조치를 충분히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를 비롯한 여러 인물들이 제로금리가 자산 버블 리스크를 부추긴다고 언급한 만큼, 옐런 의장의 이번 발언이 의도를 떠나 금리 인상을 위한 멍석을 깐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보스턴 어드바이저스의 마이클 보겔장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연준 입장에서 달러 강세는 눈앞에 직면한 문제”라며 “달러 강세를 포함해 굉장히 복잡한 환경에 놓여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하는 것은 힘든 과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