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보도에 따르면 일본 당국은 각종 국제 루트란 루트는 죄다 동원해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콩고 등 에볼라 발병 4개국에서 입국하는 사람이 있는지 그야말로 저인망식으로 훑었다. 그리고 이런 정보가 입수되면 공항 검역소 등에 연락해 이들이 공항을 통해 입국하는지 점검했다.
다음으로 국제선 여객기가 도착하는 전국 30개 공항의 검역소와 입국심사대에서 모든 입국자를 대상으로 에볼라 발병국을 최근 3주 이내에 방문한 적이 있는지를 더블 체크했다. 적외선 체열검사 장비(서모그라피)를 통해 열이 나는 사람을 검사한 것은 물론이다.
또한, 에볼라 발병국에 체류한 적이 있는 이들이 일본에 입국한 경우 21일간 체온이나 몸 상태에 이상이 없는지 자가 점검해 검역소에 반드시 알리도록 했다. 아울러 별 증상이 없어도 하루 두 번 전화로 현재 상황을 보고하도록 했다. 증상이 없는 잠복기의 감염자가 입국할 가능성을 고려한 입국 후 조치였다. 지난해 12월 29일 발표된 의심환자도 이 제도를 통해 자진신고해 발견된 경우다.
이 같은 ‘삼중 저지선’과 함께 특히 경이로운 대목은 감염의심 단계에 신속하게 정보를 탁 까놓고 공개함으로써 전 국민에게 도움을 주는 개방적 공보 정책이다. 12월 29일 의심환자의 경우에도 일본 당국은 감염의심 단계에 모든 걸 공개했다.
특히 일본 당국의 공개 내용도 대단하다. 감염의심자의 연령대, 성별 등 일반 개인정보에 그치지 않고 체류국, 이용 항공편 및 항공기의 출발·도착지와 시각, 같은 항공기 탑승자 수 등도 함께 발표해 동선이 겹친 사람들이 스스로 알아서 대비할 수 있게 했다.
이렇게 일본 당국의 메르스 대응에 대해 주저리주저리 설명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달라도 너무 다른 한국 보건 당국과 대조하고 싶어서다.
한국 보건 당국은 당장 지난 5월 4일 1호 환자가 사우디아라비아를 거쳐 인천공항에 들어왔을 때 그 어떤 사전정보도 획득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일말의 의심도 없이 이 사람을 가장 중요한 1차 저지선인 공항에서 훅 통과시켜버렸다. 당연히 ‘열이 나면 보건 당국에 의심신고하라’는 방역 안내도 없었다. 그러나 이 지극히 사소한 실수가 낳은 결과는 실로 처참했다. 이 환자로 인해 무려 4명이 죽고, 28명의 환자가 생긴 것이다.
한국 보건 당국은 시민의 건강에 위협을 줄 중대한 1호 환자가 있던 병원도 공개하지 않았다. 담당 의료진과 일부 접촉자를 격리하는 선에서 조용히 마무리지었다. 이후 환자가 국립의료원으로 보내지는 바람에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 환자를 처음 발견했다는 것을 이 병원 응급실 의료진조차 까맣게 모르는 상황이 됐다. 그러는 사이 1호 환자에게서 병을 옮은 감염자들이 아메바의 세포분열처럼 무섭게 퍼져나갔다. 뒤늦게 상황이 꼬일 대로 꼬인 이후 병원 공개가 이뤄졌지만 늦어도 한참 늦은 뒤였다.
요즘 일본에 대한 한국인들의 감정이 바닥이다. 그러다 보니 정부도, 국민도 일본 제도 가운데 흔쾌히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할 무엇이 있어도 짐짓 무시하고 깔아뭉개버리는 경향이 있다. 아마 전염병 방어 시스템도 마찬가지일 터. 하지만 비록 일본의 것이라도 우리에게 중요하고 필요한 것이라면 자존심 철저히 죽이고 기꺼운 마음으로 배워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건 당국은 당장 일본에 연수도 가고 자료도 요청해 받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