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자산가이자 중국 최대 부호인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이 지금은 중국에서 발을 뺄 절호의 기회라고 경고했다.
리 회장은 최근 중국 본토와 홍콩 등 중화권 투자에서 서서히 발을 빼는 대신 네덜란드·영국 등 유럽 투자 비중을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의 버핏’으로 불리며 중화권 투자에 적극적이었던 리 회장은 지난 2011년 이후부터 자신이 보유한 중화권 자산을 매각했다. 대신 유럽으로 눈을 돌린 그는 지난 18개월간 네덜란드, 영국 등 유럽에 200억 달러(약 23조원) 이상을 투자했다고 6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리 회장은 중국에 대한 투자 비중은 대폭 줄인 반면 유럽에 대한 투자는 늘렸다.
지난 2013년 이후 베이징과 상하이, 광저우 등에서 부동산을 대거 처분한 리 회장은 올해 3월에는 영국 2위 이동통신업체인 O2를 157억8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또 네덜란드 약국 체인업체와 이탈리안 최대 이동통신통신사와의 합병도 추진했다. 또한 최근에는 영국의 3개 항구와 유통체인업체, 철도, 전력 및 석탄·천연가스, 수자원 업체에도 거액을 투자했다.
리 회장의 포트폴리오가 이처럼 역전된 배경은 중국과 유럽에서의 실적 명암이 선명하게 엇갈린 까닭이다. 청쿵그룹 산하인 허치슨왐포아(이하 허치슨)의 중국 내 영업이익은 지난 2012년 이후 하락일로였다. 반면 유럽에서의 영업이익은 급격히 증가했다. 지난해 허치슨이 유럽에서 거둔 영업이익 증가율은 무려 42%에 달해 중국의 30%를 웃돌았다.
리 회장은 “지금이 중국에서 발을 뺄 적기”라며 “중국 경기 둔화 우려에 따른 주가 하락과 함께 당국의 위안화 평가 절하로 중국 통화까지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지난 4일 홍콩증시의 항셍지수는 6월12일 기록한 정점에서 24%가량 하락한 2만840.61로 거래를 마쳤다. 리 회장의 허치슨의 주가는 약 10% 이상 빠지며 그의 자산도 21%나 증발한 것으로 추산됐다.
리 회장이 중화권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것과 관련, 주식중개 전문회사인 CLSA의 사무엘 후이 애널리스트는 “이는 앞으로도 리카싱 회사의 주가가 내림세를 나타낼 것을 미리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콩중문대학의 금융학 교수인 조세프 판은 “리 회장이 중국에서의 투자를 줄이며 발을 빼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그만큼 중국 시장에서 그의 영향력이 소멸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금융시장에서 리 회장의 회사 기업가치는 770억 달러에 달해 주식시장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같은 대학의 회계학 교수인 우디 우는 “리카싱의 자산 매각 시기는 매우 적절했다”며 “그는 적당한 가격에 자신의 자산을 매각하고 있다. 리 회장은 진정한 금융 천재”라고 평가했다.
한편 WSJ는 리 회장의 소식통을 인용해 “우리는 여전히 리 회장의 대규모 투자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리 회장이 대형 투자에 대해 피곤함을 느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