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펀드가 지배구조 개선을 요청한 크라운제과, 벽산건설, 동원개발이 23일 동시에 주주총회를 열었다. 스포츠로 따지면 장 펀드의 전적은 현재 3전 1승 1패다.
23일 오전 9시 주총을 연 크라운제과가 가장 조용하게 합의된 내용대로 장 펀드가 추천한 김락중 비상근 감사 선임에 성공했다. 크라운제과는 윤영달 회장 등 3명을 등기이사로 재선임했고, 김락중 비상근 감사와 함께 노창용 상근감사를 선임하며 주총을 20여분만에 끝냈다.
벽산건설 주총에서는 장 펀드가 김희철 회장 연임과 백명현 감사의 신규선임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비쳤다. 표결까지 가는 접전이 펼쳐졌으나 찬성의견이 우세해 김 회장과 백 감사 선임건은 모두 가결됐다. 또 장 펀드는 벽산건설의 최대주주인 인희와의 거래를 문제 삼으며 거래중단, 보유주식 소각 등의 구체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가장 큰 문제는 동원개발. 이미 장 펀드와 지배구조 개선에 합의한 동원개발은 이날 오전 11시 열린 주주총회에 장 펀드 측과 코아베스트, 예탁결제원 등 일부 주주의 입장을 돌연 원천봉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간만에 끝난 동원개발 주주총회에서 장하성 펀드가 추천하고 이사회가 동의한 박응조 좋은기업지배구조 연구소 운영위원의 비상근 감사 선임안만이 부결됐을 뿐 여타 안건은 원안대로 통과됐다.
동원개발 관계자는 "주총장에서 주주 가운데 일부가 현재도 이사나 감사가 많은데 왜 비상근 감사를 또 뽑느냐는 견해가 제기됐다"고 전했다. 장 펀드측 주총장 입장 불가에 대해서는 "주주이거나 주주의 위임을 받은 자만이 주총장에 입장할 수있어 자격 요건이 안 된 것으로 안다"고만 말했다.
장 펀드는 이에 대해 "지배구조 개선 합의를 묵살한 채 KCGF가 추천에 동의하는 일부 주주들의 주총장 입장을 막고 있다"며 "주주총회 무효소송 제기 및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 펀드는 기존 동원개발 경영진과 펀드가 추천한 사외이사 1명, 비상근감사 1명을 선임키로 했으나 양측 합의하에 펀드가 추천하는 비상근감사 1명, 회사가 추천하고 펀드가 동의한 사외이사 1명을 선임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특히 장 펀드는 동원개발에 대해 유감의 뜻을 전하면서도 "다시 한번 기업지배구조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장기투자를 할 것"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