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14일 급속하게 얼어붙고 있다.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은 2분기에 양호한 성장을 했지만 3분기에 다시 경기 둔화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독일을 포함한 유럽과 일본은 추가 양적완화 얘기가 나올 만큼 경기 상황이 좋지 않다.
중국을 필두로 신흥국 위기가 가실 줄 모르면서 2008년과 2011년에 이은 세 번째 금융위기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 경제도 세계 무역 둔화에 따른 수출 부진 등으로 신음하고 있다.
◇ 미 3분기 성장률 전망치 급락…독일·일본도 우울
미국 3분기 경제성장률에 대한 눈높이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블룸버그 집계(전날 기준)에 따르면 해외 금융기관 83곳이 전망한 미국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00%(연간 기준)로 나타났다.
미국 3분기 성장률 전망치는 8월 중순만 해도 3%였지만 이후 급격한 하락세를 탔다.
금융기관들의 전망이 들어맞는다면 미국의 3분기 성장률은 2분기(연간 3.9%)의 반 토막으로 줄어든다.
3분기 미국 기업들의 실적 전망도 좋지 않다.
블룸버그와 톰슨 로이터 집계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기업의 3분기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6.9%, 4.2% 줄어들 전망이다.
시장정보업체 팩트셋(12일 기준)도 S&P 500 기업의 3분기 순이익이 5.1%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저유가와 달러 강세, 중국 경기 둔화로 미국 기업들이 흔들렸다"고 설명했다.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과 일본의 경제 상황도 나쁘다.
독일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기존 전망에서 0.1%포인트 낮춘 1.7%로 제시했다.
지난 8월 독일의 수출(-5.2%)은 전월 대비 기준으로 세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를 나타냈다.
7∼8월 독일의 공장주문 규모는 연속으로 줄었고 8월 산업생산 역시 전월 대비 1.2% 떨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독일 최대기업인 폴크스바겐의 배기가스 눈속임 사태가 확산하면서 독일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독일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0.0%를 기록해 마이너스 추락을 눈앞에 뒀다.
일본 역시 8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가 -0.1%로 2년 4개월 만에 처음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일본에서는 가계 지출이 살아나지 않는데다 유가의 하락 정도가 심해지면서 물가가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독일을 포함한 유럽과 일본에서는 통화 강세로 수출 경쟁력의 약화 우려가 커지고 물가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자 부양책 확대 전망이 점점 커지고 있다.'
◇ 중국 경기 우려 고조…"신흥국 동요는 세 번째 금융위기"
중국의 지난달 수출은 1년 전보다 1.1% 줄어들어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9월 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20.4% 줄었다. 중국 수입은 11개월 연속 감소 분위기를 이어갔다.
중국의 1∼9월 수출입 누계 총액은 17조8700억위안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9% 감소했다.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중국의 9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8로 두 달 연속 기준선(50)을 넘지 못했다.
장리췬 중국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연구원은 "중국 경기가 하향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여러 지표가 호전되는 상황이지만 구매량 지수와 재고지수의 하락은 시장이 조정기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 경제도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경기 우려가 커지자 최근 들어 기준금리를 내리는 신흥국들도 늘어나고 있다.
인도, 대만, 파키스탄,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국제금융센터는 "이달 15일 한국과 인도네시아, 칠레, 페루 중앙은행의 통화정책회의가 열리는데 긴축 기조인 페루를 뺀 나머지 국가들의 경우 시장에서 금리 인하 기대가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브라질,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러시아 등 자원 수출 신흥국들은 중국 경기 부진에 따른 통화 가치 급락에 비틀거리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이들 국가의 통화를 더욱 짓누르는 상황이다.
라보뱅크의 통화전략가인 피오트르 마티스는 "신흥국 통화가 달러 강세라는 숲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주가 및 통화가치 급락으로 신흥국이 흔들리자 2008년 세계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에 이은 '세 번째 금융위기' 시대를 맞이했다는 분석도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신흥국 경제의 약화와 원자재 가격 하락,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불확실성이 커져 자산 가격의 상승 지속에 대한 새로운 우려가 나온다"며 "글로벌 금융위기의 새로운 물결이 일고 있다"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는 특히 저금리 시대에 중국 등 신흥국에서 많이 늘어난 부채가 경제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수출 부진 한국, 낮아지는 성장 눈높이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주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3.1%)보다 0.4%포인트 낮은 2.7%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10월의 전망치(4.0%)보다 1.3%포인트 낮은 수치다.
국내 경제연구원들의 전망은 IMF보다 우울하다.
LG경제연구원과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한국이 각각 2.6%, 2.5%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예상치는 2.4%였다.
BNP파리바(2.2%), ANZ은행(2.2%), 바클레이즈(2.3%), 모건스탠리(2.3%) 등 2% 초반대의 성장률을 제시한 외국 금융기관들도 많다.
이들 기관의 성장률 전망치는 점진적인 하락 추세를 보이다 최근 급격히 떨어졌다.
수출의 급격한 위축과 금융시장 대혼란, 신흥국 위기 등을 고려하면 한국에 대한 성장률 전망치는 더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2.3% 아래로 내려가면 세계 금융위기로 휘청거린 2009년 이후 최저로 떨어진다.
최근 내수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충격에서 벗어나 회복 조짐을 보이지만 수출 부진이 이어지는 점은 문제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중국과 신흥국을 포함한 세계 경기의 미약한 회복세로 수출 부진이 이어지면서 한국은 5년 만에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하지 못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인 만큼 중국 등 세계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이상 높은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국제신용평가회사인 피치는 중국이 경착륙하면 홍콩, 일본과 더불어 한국이 가장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피치는 "중국의 지역 투자 익스포저(위험노출액)와 연계된 무역 감소로 수출 중심 국가인 홍콩과 한국에 충격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