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부터 시장질서교란행위로 과징금 처분을 받은 사건은 판결문을 통해 그 내막을 살펴볼 수 있게 된다. 해외 주요 감독기구는 물론 국내 행정기관도 이미 채택하고 있는 제도가 뒤늦게 도입된 것과 관련해 그간 금융당국의 ‘깜깜이 행정’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11월부터 증권선물위원회에서 과징금 부과가 결정된 시장질서교란행위 사건에 대해 △조치 대상자의 위반 내용 △사건의 쟁점과 판단 △관련법규 등을 명시한 의결서를 작성하고 이를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19일 밝혔다.
증선위는 현재 조치결과를 담은 의사록과 회의결과를 금융위 홈페이지에 게시하지만 안건은 익명처리 돼 있고 사실관계나 쟁점에 대한 자세한 설명 없이 ‘원안 의결’, ‘수정 의결’, ‘보류’ 수준에서 조치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이번에 도입할 의결서에서는 조치 대상자가 법인일 경우 실명도 밝힐 예정이다. 개인은 익명처리가 원칙이지만 최근 삼성테크윈 임직원의 ‘삼성ㆍ한화 빅딜’ 미공개정보이용 사건처럼 사회적 파장이 크면 주요 혐의자에 대한 정보도 밝힌다는 방침이다.
다만 형사처벌 대상인 기존 불공정거래행위 사건의 검찰 고발ㆍ통보 조치에 대한 의결서는 나오지 않는다. 이 경우 증선위 결정이 최종 조치가 아니고 검찰 수사가 남아있기 때문에 사건 내용, 판단 근거 등이 세세히 공개되면 증거인멸 등의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편 이러한 조치 의결서 공개는 미국, 영국, 일본 등 해외 주요 금융감독기구와 국내 행정기관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법인은 물론 개인 조치 대상자, 조사원, 책임자의 실명까지 공개한다. 일본 SESC는 조치 대상자의 주식거래 매매장도 공시하며 영국 금융행위규제청(FCA) 역시 미국ㆍ일본과 비슷한 수준으로 제재 내역을 밝힌다.
국내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 국세청, 식약청 등이 위원회 의결서를 공개하고 있다.
A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는 “지금까지 증선위의 조치가 너무 베일에 가려져 있어 이해관계인들의 알권리 등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은 문제가 있다”며 “금융당국의 조치가 앞으로도 더욱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증선위는 정례회의에서 원안대로 의결되면 의결서를 즉시 공개하고, 수정 의결하면 30일 이내에 의결서를 작성해 공표할 계획이다. 의결서 초안은 증선위 사무국 역할을 맡은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이 작성하고 외국인 투자자를 위해 영문 자료도 함께 제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