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기업 구조조정 흐름에 전문가들은 대체로 ‘진작에 했어야 했다’는 반응이다. 적자 상태에서 정부의 지원으로 연명하던 기업을 하루라도 빨리 과감하게 수술대에 올려 산업 구조 재편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29일 “자기가 번 돈(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는 기업, 즉 좀비기업(한계기업)은 하루빨리 정리돼야 한다”면서 “기업과 산업 구조 전체적으로 봤을 때 ‘슬림화’가 필요한 상황이다”고 밝혔다.
일부 산업에 속한 기업들의 중복 과잉 생산 문제는 계속해서 지적돼 왔다. 따라서 김 교수는 조선과 해운, 건설, 석유화학, 철강 등 5개 업종에 대한 구조 재편에는 적극 찬성하지만 ‘합의’를 전제로 진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보다 ‘신중하게’ 접근하는 자세를 보이라는 주문이다.
그는 “기업 통폐합 등을 통해 산업구조를 재편하는 움직임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면서도 “기업주나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의 합의를 끌어내는 자세가 우선돼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접근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당국은 최근 채권은행에 기업 신용위험평가를 보수적으로 진행하라고 주문하는 등 좀비기업 색출에 집중하고 있다. 이달 말까지 중소기업 신용위험평가가 완료되면, 내달부터 12월까지 대기업 신용위험평가를 끝내 연말까지는 좀비기업 분류 작업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다.
이와 관련해 김 교수는 “문제는 이 과정에서 중소기업의 대규모 부실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소기업이 전체 인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사실상 고용시장을 유지해주는 건 중소기업”이라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이나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 큰 문제는 대기업의 경우 이 같은 기업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조 단위의 정부 지원이 기정사실화됐다는 건 금융당국의 모순”이라면서 “신용위험평가를 보수적으로 하라고 독려하면서, 한 기업에 4조원 이상의 자금을 쏟아 붓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그는 “다음달에 진행하는 대기업 신용위험평가도 중소기업처럼 깐깐한 평가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