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의 날은 대한안과학회가 1955년에 11월 1일로 정했으나 1973년 보건의 날(4월 7일)을 제정할 때 통폐합됐다가 1989년 부활했다. 11월 11일은 눈이 웃는 모양을 상징한다고 한다.
농업인의 날은 더 기구하다. 일제강점기에는 6월 14일이 권농일이었으나 해방 이후 농민의 날로 바꾸고 날짜도 6월 15일로 변경했다. 그 후 6월 1일을 권농의 날로 정했다가 1973년에 어민의 날, 권농의 날, 목초의 날을 권농의 날로 통합해 5월 넷째 화요일로 지정했다. 이어 1996년 권농의 날을 폐지하고 11월 11일을 농어업인의 날로 지정했다가 1997년 농업인의 날로 다시 명칭을 변경했다. 11월 11일로 정한 것은 흙 ‘土’자가 겹친 ‘土月土日’을 아라비아 숫자로 풀어쓰면 11월 11일이 되는 데 착안한 것이다.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가는 농민들은 예나 지금이나 고달프고 고단하다. 당(唐)의 시인 이신(李紳·772~846)은 두 수로 된 ‘불쌍한 농민들’[憫農]에서 이렇게 읊었다. “봄에 한 톨 곡식 심어/가을이면 많은 곡식을 거두네/온 세상에 놀리는 밭은 없지만/농부들은 오히려 굶어 죽는다네”[春種一粒粟 秋收萬顆子 四海無閑田 農夫猶餓死] 두 번째 시는 이렇다. “김매는데 해는 한낮/땀방울이 벼 아래로 떨어지네/밥상에 오른 밥 그 누가 알랴/알알이 모두 다 괴로움인 것을”[鋤禾日當午 汗滴禾下土 誰知盤中餐 粒粒皆辛苦]
곡식 한 알은 농부들의 피와 땀을 먹고 영근 것이다. 쌀 米(미)를 파자(破字)하면 八十八(팔십팔)이 되는데, 벼농사에 그만큼 농부들의 손길이 간 것을 생각해 여든여덟 번을 씹어 먹으라고 하지 않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