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올해 소비자물가는 담뱃값 인상분을 빼면 겨우 마이너스를 면했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올해 물가는 전년대비 0.7% 상승했다. 0.7%의 상승률은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65년 이후 최저치다. 물가상승률이 0%대를 기록한 것은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9년(0.8%) 이후 두번째다.
하지만 올해 초 담뱃값 인상을 하지 않았더라면 자칫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도 있었다. 올해 물가상승률을 소수점 두 자리수까지 자세히 보면 0.71%다. 올해 물가에서 '주류 및 담배'의 기여도는 0.59%에 달한다. 거의 0.6% 수준인데 올해 물가에서 이를 빼면 0.1%에 겨우 턱걸이한 셈이다.
실제로 담뱃값을 인상하지 않았더라면 물가가 0.4~0.5% 상승에 그쳤던 올해 2월~5월에는 마이너스를 기록할 뻔 했다.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물가라는 충격에서 담배 가격 인상이 정부를 구해준 것이다.
담뱃값 인상은 마이너스 물가를 막으면서 올해 성장률을 높혀주기도 했다. 경상성장률은 실질성장률에 물가상승률을 더해 계산을 하는데 담배가격 인상만큼 성장률도 보완해준 셈이기 때문이다.
담뱃값 인상은 세수 확대에도 큰 공을 세웠다.
한국납세자연맹이 한국담배협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담배 판매량은 12월 말 누계 기준으로 33억3000만갑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른 담배 세수는 11조489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정부의 담뱃세 수입(6조7427억원)보다 63.9%(4조3000억원) 늘어난 수치다.
이에 따라 2011년 이후 3년 연속 구멍난 세수를 4년만에 메울 수 있게 됐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12월 월간 재정동향에 따르면 올해 1∼10월 국세 수입은 192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77조6000억원)보다 14조9000억원 늘었다.
당초 정부는 올해 소비자물가는 2.0% 상승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 이는 담뱃값 인상에 따른 0.6%p 인상 효과를 감안한 전망치다.
정부는 올해부터 흡연율을 낮춘다는 명분으로 담배 한 갑당 세금을 1550원에서 3318원으로 2배 이상 인상했다. 이에 따라 올 초 담뱃값은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랐다. 2004년 담뱃값이 갑당 500원씩 오른 이후 10년만에 이뤄진 큰 폭의 가격 인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