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범죄와의 전쟁] “금융계 잘못된 관행 고쳐야” vs “시장 활성화 해쳐선 안 돼”

입력 2016-01-04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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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범죄는 떠난 직원이 했는데 회사가 피해… 여의도는 엄동설한”

검찰 “내부 제재로 비리근절 유도해야… 혐의 반복될 땐 회사에 엄중책임”

지난해 7월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며 미공개중요정보이용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와 적용 대상이 확대됐다. 이를테면 술자리에서 지인이 무심코 뱉은 미공개 정보를 들은 것만으로도 2차ㆍ3차 정보수령자로 간주돼 법의 처벌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금융시장은 부쩍 조심스러워졌다. 한 증권사 임원은 “요즘 여의도에서 송년회 약속을 잡지 않는 것이 불문율 아닌 불문율이 됐다”며 “혹여 같이 술 먹던 지인이 구설에 올라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 함께 있었다는 이유로 수사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서울남부지검이 금융범죄 중점검찰청으로 지정된 지 11개월째, 여의도에서는 가뜩이나 얼어붙은 시장이 검찰 수사로 더 위축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시장 활성화를 단순히 거래량이나 거래액으로 단정 지을 수 없다”며 “투명하지 않은 시장은 장기적으로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의 지론에 따르면 자본시장은 개인과 기업, 국가가 서로 얽혀있는 시장경제의 생태계다.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런가 하면 업계에서는 검찰이 적발한 사건들이 대부분 3∼5년 전에 벌어진 사건이라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범죄에 연루된 이들이 과거 직장에서 벌인 범행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현재 직장 실명이 거론되며 나타난 피해였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소속 직원이 과거에 주가조작사건에 연루됐다는 사실이 밝혀진 뒤 투자자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게 됐다”며 “혹여 자금회수라도 일어날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 특성상 과거 사건을 중점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검찰은 회사와 시장에 충격이 가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 지난 11개월간 검찰의 수사 기록을 보면 금융범죄 사건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지거나 영업정지처분을 당한 회사는 단 한 곳도 없다. 애초에 수사과정에서 법인의 비리는 묵인된 것이다.

검찰은 KDB대우증권의 최근 변화를 모범 사례로 꼽았다. KDB대우증권은 지난해 12월 법인영업부 팀장 김모(43)씨가 불법 블록딜 알선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구속기소 된 뒤 내부 규제 시스템을 재정비했다. 매달 ‘윤리준법의 날’을 정해 중요성을 환기하고 분기마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윤리교육도 시행하기로 했다. 같은 혐의로 이사 박모(47)씨가 구속기소 된 KB투자증권 역시 블록딜 거래 창구를 본점으로 일원화하는 등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했다.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회사가 자체적으로 먼저 불법행위를 제재한다면 금융시장의 구조적인 비리도 서서히 사라질 것”이라며 “우리가 의도하는 바가 바로 이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향후 같은 혐의가 반복될 경우 그때는 개인은 물론 회사에도 엄중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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