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 차이잉원 민진당 주석이 승리하면서 8년 만에 정권 교체가 이뤄졌다. 대만 독립 지향적인 차이잉원이 차기 총통에 오르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속내가 더욱 복잡하게 됐다.
중국은 새 대만 정부의 자국에 대한 태도를 신중하게 판별할 태세에 있다고 17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차이 당선자는 전날 선거 승리 확정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일관성 있고 예측 가능하며 영구적인 양안 관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대만에 가장 큰 안보 위협이다. 또 수출 등 경제에 있어 대만은 중국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 이에 양안 관계의 안정이 새 정부의 최대 과제다. 게다가 지난 2000~2008년 대만 독립을 당 강령에 포함시키는 등 독립을 추구했던 민진당이 다시 정권을 잡으면서 중국과의 긴장이 다시 고조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당이 지난 2008년 정권을 다시 잡으면서 본토와 대만 관계가 급속히 가까워졌다. 자유무역협정(FTA)에 해당하는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등 23개 협정이 양안 간에 체결됐다. 또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 11월 마잉주 현 대만 총통과 사상 최초로 양안 정상회담도 열었다.
그러나 중국과의 관계 개선은 국민당에 악재로 작용했다. 대만 주민이 지나친 대중 접근에 경계심을 품게 된 것이다. 그러나 경제계 인사를 중심으로 양안 관계의 안정을 바라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차이잉원이 대중국 정책에서 미묘하게 균형을 맞춰야 하는 것이다.
한편 중국의 사정도 복잡하다. 샤먼대학의 류궈선 대만연구원장은 “중국은 차이잉원에 대해서 (급진적 독립 노선을 걸었던) 천수이볜 전 총통보다 훨씬 이성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마잉주 현 정권과 맺었던 협정을 파기하는 등 강공책을 피하고 우선 차이 차기 총통이 어떻게 나올지 관망할 것이라고 류 원장은 설명했다.
사실 시진핑 주석은 양안 정상회담에서 “과거에 어떤 주장을 하든, 어떤 정당이 됐든 우리는 ‘1992년 컨센서스(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되 다른 명칭 사용을 허용하기로 한 것)’라는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면 교류를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민진당에 대화 조건을 일찌감치 제기한 것이다.
그러나 민진당은 오래 전부터 ‘92 컨센서스’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차이도 현 시점에서는 양안 관계의 전제가 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한편 해양 진출을 가속화하는 중국의 태평양 출입구에 있는 대만에서 중국과의 거리를 두려는 친미 정권이 탄생하는 것은 미국에 유리할 수도 있다. 중국 기세를 없애는 효과가 있기 때문. 그러나 이전 민진당 정권은 ‘대만 이름으로 유엔 가입’을 추진하는 등 대만해협의 긴장을 초래해 미국에 달갑지만은 않았다. 이에 미국은 차이잉원 당선을 환영하면서도 자제를 요구할 전망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