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대종사(大宗師) 편에 상유이말(相濡以沫)이라는 말이 나온다. 문자 그대로 풀면 거품으로 서로 적셔준다는 뜻이다. “샘물이 말라 물고기들이 바닥이 드러난 곳에 처하게 되니 거품을 불어 서로 적셔주었다.”[泉涸 魚相與處於陸 相呴以濕 相濡以沫] 다 같이 곤경에 처하자 서로 돕는 모습이다. 이말상유(以沫相濡)라고도 한다.
2014년 7월 방한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서울대에 갔을 때 “역사적으로 양국 국민은 어려울 때마다 서로 도왔다”며 인용한 문자가 상유이말이다. 지난해 7월 중국 지안(集安)에서 한국 공무원 버스 추락 사고가 났을 때도 중국 정부가 이 말을 쓰며 도왔다고 한다.
시진핑 주석이 방한 당시 선물키로 한 판다 한 쌍이 3월에 에버랜드에 들어온다.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판다의 이름을 공모했더니 8000건이 넘는 응모작 중 루루(濡濡)와 모모(沫沫)라는 게 있었다. 상유이말을 이용한 이름이다.
상유이말은 이렇게 두루 활용되고 있지만, 장자가 원래 말하려던 것은 좀 다르다. 앞에 인용한 말 다음에 이런 말이 이어진다. “(서로 물기를 끼얹고 서로 물거품으로 적셔주는 것은) 강이나 호수에서 서로의 존재를 잊고 있느니만 못하다. 요(堯)임금을 칭찬하고 걸(傑)왕을 헐뜯는 것은 양쪽을 다 잊고 (절대의) 도와 하나가 되는 것만 못하다.” 어지러운 세상에서 사랑이니 친절이니 하는 것은 상대적 세계의 괴로움에 수반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인정 따위를 초월한 절대의 세계에서 유유자적하는 게 좋다는 것이 물고기 이야기를 꺼낸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