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과 쿡방은 우리의 몸과 영혼을 잠식한다[배국남의 직격탄]

입력 2016-03-09 08:21 수정 2016-03-09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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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림으로 죽은 아이는 살해된 아이다!

▲BJ 우앙 연어 해체(출처= SBS 방송 캡처)
▲BJ 우앙 연어 해체(출처= SBS 방송 캡처)
참치 고추냉이 밥에 매운 순두부, 매운 라면, 매운 스팸, 그리고 계란 후라이 6개를 먹는다. 바닷가를 찾아 조개 칼국수 5인분과 조개찜 등 엄청난 음식을 주문해 먹는다. 식사량이 거의 엽기 수준이다. 바로 3월 7일 방송된 SBS ‘동상이몽’에 출연한 먹방 BJ(Broadcasting Jockey) 우앙(본명 김리안)이 한 끼 먹는 양이란다. 이런 그녀에게 배우 최민수의 아내 강주은은 “왜, 그렇게 많이 먹느냐. 밥을 못 먹는 사람도 많은데”라는 말을 던졌다. 이 말에 진행자와 출연자, 그리고 방청객들이 아무렇지 않게 웃는다. 먹방과 쿡방의 문제와 폐해를 적나라하게 노출하는 순간이다. 먹방과 쿡방이 몸과 정신을 파괴하는 것 같아 공포마저 느껴진다.

우앙 등 적지 않은 BJ들이 네티즌의 눈길을 끌기 위해 엄청난 양의 음식을 먹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인터넷 방송으로 내보내는 것을 보면서, 그리고 식탐과 미식만을 강요하는 수많은 먹방과 쿡방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유엔 인권위원회 식량특별조사관 장 지글러 (Jean Ziegler)가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라는 저서를 통해 던져준 “굶주림으로 죽은 아이는 살해된 아이다”라는 메시지를 곱씹어본다.

현재 SBS ‘백종원의 3대 천왕’, JTBC ‘냉장고를 부탁해’, tvN ‘수요미식회’ 등 KBS, MBC, SBS를 비롯한 지상파 방송사들과 tvN, JTBC 등 케이블, 종편 채널들이 30~40개 먹방 혹은 쿡방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다. 그리고 창현, 엠브로, 우앙 등 수많은 BJ가 인터넷을 통해 먹방을 방송하고 있다. 이들 방송만 보면 ‘대한민국은 먹방·쿡방 공화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TV와 인터넷에선 먹방과 쿡방이 홍수를 이룬다.
▲TV와 인터넷에선 먹방과 쿡방이 홍수를 이룬다.

넘쳐나는 먹방, 쿡방 프로그램에는 더 비싸고 좋은 음식을 잘 먹고, 더 많이 먹는 것만이 존재한다. 잘 먹고, 많이 먹는 것은 인간에게 매우 중요한 욕구다. 하지만 현재 홍수를 이루는 먹방과 쿡방에는 소설가 서해성의 지적처럼 배부른 식욕을 통해 자기 포만감을 확인하고 새로운 식욕을 향한 탐식만이 존재한다. 아무리 먹어도 허기진 위장을 채워주고 또 여전히 비어 있다는 걸 검인해주고 있는 것이 바로 쿡방, 먹방이다. 여기에 먹는 음식이 그 사람의 계급이라는 이데올로기까지 주입하고 있다. 이 때문에 TV와 인터넷을 통해 쏟아지는 먹방과 쿡방에 대해 엿보면서 탐욕스러운 식욕과 욕망을 대리 충족하는 푸드 포르노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미식으로 도피하고 포만에게 위로받는 경향은 우리 사회의 각박한 인정, 표피적 유대 혹은 정신적 허기의 부재와 무관하지 않다는 문화인류학자 전상인의 분석으로도 담보하지 못한 먹방과 쿡방의 폐해가 존재한다.

수많은 사람을 식탐으로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하게 만드는 먹방과 쿡방은 우리나라와 지구의 어느 곳에서 밥 한 끼, 빵 한 조각을 먹지 못해 죽어가고 있는 이들에 대한 인식을 마비시킨다. 그리고 음식의 폐해를 감지하지 못하게 한다.

넘쳐나는 먹방과 쿡방 중에는 우리가 먹는 음식량을 조절하거나 새로운 요리법을 개발해 굶주리는 아이들에게 식사를 할 기회를 확대하는 프로그램도 있어야 한다. 정크 푸드를 추방하고 학교 급식을 크게 개선한 제이미 올리버가 진행한 영국 음식 프로그램 ‘스쿨디너 프로젝트’ 같은 프로그램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TV와 인터넷을 점령한 우리의 쿡방과 먹방에는 이런 프로그램이 없다.

현재 먹방과 쿡방을 하는 사람들과 제작진, 그리고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열광하는 수많은 대중이 한 번쯤 이 말을 상기했으면 한다. “먹기 위해 사는 것은 개인주의적 소비지상주의의 극치이자 막다른 상태이다. 먹기 위해 사는 이들은 그들이 진정 진지하다 해도 삶의 의미를 엉뚱한 곳에서 찾아 헤매는 셈이다.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통해서가 아니라, 접시를 내려다보며 말이다.”영국의 문화비평가 스티븐 풀이 ‘미식 쇼쇼쇼’에서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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