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여성에게 수차례 음란 편지를 보낸 40대 남성에게 대법원이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손편지를 직접 전달한 것은 검찰이 기소한 '통신매체 이용 음란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법)'상 통신매체 이용 음란 혐의로 기소된 이모(47) 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6월의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이 씨는 2013년 11월 경북 문경시의 한 원룸에 거주하던 여성 A(48) 씨에게 편지를 썼다. 신체 특정 부위를 노골적으로 거론해 상대방에게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이 씨는 이런 내용이 담긴 편지를 두 달 동안 5차례에 걸쳐 작성했고, 그 때마다 편지를 A씨의 집 출입문에 끼워넣었다.
검찰은 이 씨를 성폭법상 '통신매체 이용 음란' 혐의로 기소했다. 1심은 이 씨에게 "성적 수치심과 혐오감을 일으키는 글을 전달했다"며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2심 재판부도 유죄를 인정했지만, 형이 너무 무겁다고 판단해 징역형을 6월로 낮췄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씨를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성폭법에서 정하는 '통신매체 이용 음란죄'는 '전화, 우편, 컴퓨터나 그 밖에 일반적으로 통신매체라고 인식되는 수단'을 이용해 음란물을 전달해야 성립하는데, 이 씨의 손편지는 '통신매체'를 이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통신매체를 이용하지 않은 채 직접 상대방에게 말과 글, 물건 등을 도달하는 행위까지 이 규정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법문의 범위를 벗어난 해석"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