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이슬람 ‘수니파’ 걸프 왕정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 도착해 살만 빈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과 2시간가량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두 정상은 중동지역 긴장을 완화하고 시리아와 예멘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어떻게 멈출지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밤 호텔에서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예드 얄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자와도 회동해 예멘 사태에 대한 정치적인 해결책과 이슬람국가(IS)에 대한 대응책 등을 모색했다.
이는 21일 열릴 걸프 지역 6개 수니파 왕정 국가로 구성된 걸프협력회의(GCC) 참석을 앞두고 이뤄진 사전 조정 성격이 크다고 WSJ는 설명했다.
오바마는 임기 중 4번째로 사우디를 방문한 것이며 남은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 방문으로 보인다.
그 어느 때보다 사우디를 포함한 걸프 국가들과 미국의 관계가 악화한 상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오바마가 사우디에 도착했을 때 살만 국왕은 다른 공항에 나가 GCC 회원국 국왕들을 영접했다. 국영방송의 생중계도 이뤄지지 않는 등 오바마에 대한 냉담한 반응이 극에 달했다.
이는 사실 오바마 대통령이 자초한 일이라고 WSJ는 꼬집었다. 사우디는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과 핵협상을 타결한 것이나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에 대해 화학무기 사용과 관련한 레드라인을 설정하고 나서 군사적으로 이를 집행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불만을 품어왔다.
또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미국 시사잡지 애틀랜틱과의 인터뷰에서 사우디에 대해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하면서 “사우디 국민은 최대의 적인 이란과 중동에서 함께 살아가는 것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사우디는 지난 1월 시아파 지도자 처형으로 이란과 국교를 단절하는 등 강경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살만 국왕은 오바마 대통령과의 첫 만남에서 “사우디 국민은 대통령의 방문을 환영하고 있다”고 인사하고 오바마 대통령도 따뜻한 환대에 감사하다고 화답하는 등 미소를 교환했지만 회담에 들어서서는 산적한 각종 현안에 대해 치열하게 의견을 교환했다고 미국 관리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