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의 불법판매 여부로 논란을 일으켰던 말레이시아 개발유한공사(1MDB)채권이 사실상 디폴트에 처하면서 관련 상품에 투자한 국내 금융기관들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2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국부펀드인 1MDB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 국부펀드인 인터내셔널 페트롤리엄인베스트먼트(IPIC)와의 대립으로 17억5000만 달러의 이자를 지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앞서 1MDB는 골드만삭스가 국내 기관투자자들에게 인가받지 않은 서울지점 대신 홍콩지점이 직접 판매했다는 혐의로 금융당국에 징계를 받고, 관련 채권을 발행한 말레이시아 총리가 뇌물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뇌관으로 떠올랐다.
문제는 아직도 1MDB에 투자한 국내 금융사들의 익스포저가 상당한 규모라는 점이다. 2013년 당시 사학연금, 한국투자공사(KIC), 대우증권, 하나생명 등 10개 이상의 연기금과 금융사들은 총 5억4000만 달러(약 6400억원) 규모의 1MDB채권을 골드만삭스로부터 매수했다.
관련 채권을 인수했던 대우증권, KIC, 하나생명은 이미 채권을 처분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2012년에 투자한 동부화재와 사학연금 등은 아직 해당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이자 지급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동부화재 관계자는 “규모는 밝힐 수 없지만 지금까지 이자를 받고 있다”며 “IPIC 공시를 보면 이자지급보증을 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투자손실 위험은 없다”고 설명했다.
사학연금 관계자는 "당사가 투자한 1MDB채권은 글로벌투자자를 대상으로 발행한 채권이기 때문에, 이번에 디폴트가 난 채권과는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 펀드 구조 자체가 특수목적법인(SPC)을 거쳐 투자되는 데다 SPC가 두 개라는 구조 때문에 대지급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운용 담당자는 “중간에 SPC가 두 개나 끼어 있는 등 구조가 복잡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따라 대지급도 굉장히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그는 다만 “국내 기관이 피해를 본다 해도 일부 몇몇 기관과 정부가 투자한 것이라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디폴트 사태로 고수익 해외채권 투자에 더 신중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가 판매한 데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보증을 선다는 말을 믿고 투자한 국내 굴지의 금융사들이 난처한 상황에 부닥쳤다”며 “당시 1MDB가 10년 만기에 4% 이상의 고금리를 지급하는 공격적 마케팅을 진행해 저금리에 지쳐 있던 기관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는데 결국 희대의 사기극으로 끝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