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새뮤얼슨(1915.5.15~2009.12.13)은 현대 경제학의 기초를 닦은 사람이다. 그렇다고 애덤 스미스나 존 케인스처럼 새로운 이론을 창시한 것은 아니다. 기존 학설들을 종합ㆍ정리하고 수학적으로 계량화해 경제학을 한 차원 높은 사회과학으로 이끌었다.
우리가 경제학을 미시경제학과 거시경제학 양쪽 시각에서 종합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 사람이 바로 새뮤얼슨이다. 1929년 대공황이 발생하기 전까지 신고전학파는 경제학의 주류였다. 한계효용과 시장가격 균형 등으로 대표되는 신고전학파 이론은 개인과 기업 차원의 미시경제를 잘 설명해줬다. 하지만 국가적 관점의 경제, 즉 거시경제적 측면에서는 대공황을 계기로 새로운 도전을 받는다.
당시 신고전학파의 거시경제학에서는 ‘공급은 수요를 창출한다’는 ‘세이의 법칙’은 움직일 수 없는 명제였다. 불완전 고용을 초래하는 유효수요의 부족은 발생할 수 없었다. 그러나 케인스는 시장에서 공급과 수요가 균형을 이루었는데, 왜 실업자가 생기고 물건이 팔리지 않느냐며 의문을 던진다. 그는 세이의 법칙과는 정반대로 수요가 공급을 결정한다고 주장한다. 또 불완전 고용을 극복하려면 유효수요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케인스는 유효수요 원리로 대공황을 설명한다.
새뮤얼슨은 신고전학파의 미시적 시장균형 이론에 케인스의 거시경제 정책 이론을 접목해 ‘신고전학파 종합’이라는 새로운 학문 체계를 완성한다. 완전 고용을 위해서는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지만, 일단 완전 고용이 달성되면 수요·공급이라는 시장의 메커니즘에 맡겨야 한다는 게 그의 이론이었다.
새뮤얼슨은 경제학에 수학을 본격적으로 도입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1947년 펴낸 ‘경제분석의 기초’는 물리학의 열역학 방식을 기존 경제이론에 적용해 수학적으로 다시 쓴 ‘현대 경제학의 고전’이다. 김대환 편집위원 daehoan3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