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에 무슨일이] 2평짜리 옷 가게서 연매출 10조 기업된 이랜드의 눈물

입력 2016-05-24 14:01 수정 2016-05-24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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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사업확장ㆍM&A 덫, 빚만 5.5조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의 성공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 왕성한 M&A(인수ㆍ합병) 식욕을 자랑하며 사업을 확장해 덩치를 키웠지만, 결국 조단위가 투입된 '덩치키우기 휴우증'이 이랜드그룹의 발목을 잡았다. 그룹 내 자금 부족 현상이 심화되며 매년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더니 결국엔 그룹 위기설이 고개를 들었다.

◇30여건의 M&A로 국내 대표 패션ㆍ유통ㆍ레저 종합기업으로 '우뚝' = 2평짜리 옷 가게에서 출발해 재계 44위의 연 매출 10조원대 국내 패션ㆍ유통ㆍ레저 종합기업으로 우뚝 선 이랜드그룹의 성공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

박 회장은 30여 년 전인 1980년 자본금 500만원으로 이화여대 앞에 2평(약 6.6㎡)짜리 보세 옷가게 잉글랜드를 세웠다. 당시 중저가 캐주얼 의류의 시장 수요를 간파한 박 회장은 '브렌따노', '언더우드' 등 성인 중저가 캐주얼 브랜드를 잇달아 히트시켰다. 점포망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며 사명을 이랜드로 변경하고 법인화했다.

1993년 브랜드 가맹점이 약 2000개를 넘어서며 사업 확장이 탄탄대로를 걸었다. 박 회장은 국내 시장에 국한되지 않고 벗어나 중국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1994년 중국에서 첫 발을 내딘 이랜드그룹은 티니위니, 스코필드 등을 론칭하면서 중국 사업 확대에 주력했다.

2003년부터는 몸집 키우기에 집중했다. 데코와 뉴코아, 해태유통, 태창 내의사업과 한국까르푸 등 현재까지 30여개의 브랜드를 인수해 덩치를 키우면서 자타공인 M&A 시장의 공룡으로 등극했다.

박 회장이 M&A에 본격적으로 집중한 것은 2010년부터다. 그해 2680억원에 대구 동아백화점, 950억원에 서울 그랜드백화점 강서점을 인수하더니 2011년 이탈리아 패션잡화브랜드 만다리나덕(700억원)과 제화업체 엘칸토(200억원) 등을 인수했다. 2012년 이탈리아 패션잡화브랜드 코치넬리(500억원), 2013년 미국 패션브랜드 케이스위스(2000억원), 2014년 제주·청평 풍림리조트(300억원) 등이 지난 몇 년간 이랜드 M&A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 같은 M&A로 박 회장은 패션을 넘어 백화점·아웃렛·외식에서 나아가 호텔·문화·레저·스포츠로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박 회장이 40.59%의 지분을 보유한 이랜드월드가 대부분 계열사를 직·간접 지배하고 있는 이랜드그룹은 '글로벌 유통종합 왕국'을 꿈꾸고 있다.

박 회장은 10여 년 전 "이랜드의 사업군은 의류 중심에서 벗어나 고객 관점에서 '의·식·주·휴·미·락' 등 6대 핵심 콘텐츠로 확장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당시 그는 "2020년에는 강력한 콘텐츠로 구성된 이랜드의 테마시티들을 보게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투데에이 DB)
(이투데에이 DB)

◇M&A 덫, 투입한 돈만 조 단위ㆍ재무건전성 빨간불 = 박 회장이 지난 10년동안 M&A에 쏟아부은 돈은 조 단위다. 외형은 커졌지만 동시에 현금창출력 지속 여부와 재무부담에 대한 우려가 꼬리표처럼 따라 붙었다. 차입금 규모가 늘어나고 부채비율이 높아지면서 이미 재무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진지 오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랜드그룹 외감기업들의 총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5조5000억원에 이른다. 2014년 말 4조6000억원과 비교하면 1년새 1조원 가까이 늘어났다. 이중 해외법인의 부채가 2조원 정도이며 1조원 가량은 중국 시장과 관련된 빚이다

부채 증가 규모가 자산 증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과도하게 빚을 내 사업을 늘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여기에 차입금 의존도도 매년 평균 45%대를 보이는 등 이자비용에 대한 부담이 매우 크다. 차입금 의존도는 총자본에 대한 차입금 비율로, 차입금 의존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이자 등 금융비용의 부담이 커 수익성이 떨어지고 안정성도 낮아진다. 통상 30% 미만일 때 안전한 것으로 본다.

이 같은 상황속에서 이랜드그룹의 실적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랜드그룹의 세전영업이익(EBIT)/매출은 2014년 9.8%에서 지난해 5.9%로 떨어졌다. 캐시카우(현금창출원) 노릇을 해오던 중국 현지법인의 실적 둔화도 골치거리다. 중국 법인 3사 합산 기준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마진 추정치는 2011년 17.2%에서 지난해에는 8%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이랜드월드의 연결기준 EBITDA(상각 전 이익)는 2014년 9007억원에서 지난해 6843억원으로 24% 가량 줄었다.

실적 악화와 재무부담 확대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이랜드를 향해 신용평가사들도 연이어 경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정기평가에서 이랜드월드와 이랜드리테일의 무보증사채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하고, 이랜드파크의 기업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강등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22일 "높은 차입부담 속에서 이익창출능력이 큰 폭으로 떨어져 영업을 통한 채무상환 능력이 현저히 약화됐다"며 이랜드월드와 이랜드리테일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이랜드파크는 BBB에서 BBB-로 각각 내렸다.

나이스신평은 또 "높은 차입부담을 줄이기 위한 재무구조 개선 노력이 지연되고 있다"며 이들 기업에 대한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유지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신용평가도 조만간 이랜드에 대한 정기 신용평가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어서 신용등급의 추가 강등이 기존 채무의 만기연장 거부 사태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채권자들의 만기연장 거부로 상환 요구가 거세지면 이랜드그룹 자체의 존립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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