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만 해도 대기업을 경영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그저 ‘회장님의 사모님’으로 살 줄 알았던 최 회장의 인생이 어찌보면 나락으로 떨어진 셈이다. 남편과 사별한 뒤 2007년 국내 최대 해운회사 한진해운의 경영권을 맡게 된 지 9년 만의 일이다.
최 회장 측은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주식(한진그룹 계열분리로 인해 보유한 주식) 매각 계획에 따라 매각했을 뿐, 우연히 그 시기가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 직전과 맞아떨어져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검찰 관할로 넘어간 이상 설득력을 거의 잃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최 회장은 억울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검찰 수사 외에도 ‘돈욕심’에서 비롯된 과거의 화려한 이력이 계속적인 의구심을 들게 한다. 우선 최 회장은 2013년, 2014년 한진해운이 어마어마한 손실을 기록하며 경영난을 겪고 있었음에도 퇴직금과 보수 명목으로 97억원을 챙겨가 비난을 받았다. 2013년에는 또 해외 조세피난처에 유령회사를 설립한 의혹을 받은 사람들의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한때는 연매출 10조원까지 끌어올렸던 한진해운의 수장이었고,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함께 해운업계의 양대 여걸이라 불렸던 최 회장의 몰락이 아쉽다. 현 회장이 현대상선을 살리기 위해 300억원의 사재출연을 하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것처럼, 최 회장 역시 보유 주식을 매각하기보다는 경영 책임 일환으로 사재를 출연했더라면 어땠을까. 적어도 법원 앞에서 그녀의 수척해진 얼굴을 볼 일은 없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