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잔 인도중앙은행 총재는 오는 9월,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다고 18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라잔 총재는 이날 중앙은행 웹사이트에 직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형식으로 사임 소식을 전했다. 그는 “정부와 심사숙고 끝에 학계로 돌아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동료들에게 “계속해서 인플레이션을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시중은행의 대규모 부실부채를 정리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라잔 총재는 인도 경제를 안정적 궤도로 이끈 공로로 투자자들의 폭 넓은 신뢰를 받아왔다. 그의 사임으로 인도 경제회복이 타격을 받고 시장이 동요할 가능성이 있다고 WSJ는 덧붙였다.
미국 시카고대 교수와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역임한 라잔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지난 2013년 9월 당시 만모한 싱 정부의 초청으로 인도중앙은행 총재에 취임했다. 그는 총재 취임 후 루피화의 안정과 인플레이션 억제 등에 수완을 발휘해 신흥국들이 경기둔화 역풍에 휘말리는 속에서도 인도의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이끌었다.
라잔 총재 취임 당시 인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두자릿수에 달했지만 올해 4월 5.86%를 기록하는 등 안정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도의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7.9%에 이르렀다.
이에 그의 연임을 바라는 목소리가 강했지만 기대가 무산된 것이다. 리테쉬 자인 타타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라잔의 퇴임 소식으로 불확실성이 고조돼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집권 여당인 인도국민당(BJP)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강조하며 나렌드라 모디 정부와 충돌했던 라잔 총재 연임을 거부했다고 WSJ는 전했다. 최근 수개월간 BJP 소속 의원 일부가 라잔이 기준금리 인하 등 경기부양책에 소극적이라고 비판 공세를 가했다.
중앙은행 총재로 능력을 인정받던 라잔이 연임을 하지 못하자 반대로 정부에 대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라잔이 총재로 임명됐을 당시 재무장관이었으며 현재 야당 의원인 P. 치담바람은 “정부가 암시와 근거없는 주장, 미숙한 공격으로 짜여진 교묘한 계획으로 라잔 총재를 몰아냈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투자자는 “인도 정부가 신속히 적합한 후임자를 뽑아 원활한 인수인계를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도상공회의소는 성명에서 “라잔 총재의 퇴임은 인도 경제에 좋은 신호는 아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