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헬스케어 산업의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Compliance Program)은 초기단계에 머물고 있다. 쌍벌제가 2010년에 도입된 것에 비해, 업계에서는 이제야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몇몇 헬스케어 회사 들이 윤리 경영 선포식을 진행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좋은 시도이겠지만, 내용 없는 요란한 선포식은 심지어 내부구성원으로부터 까지 냉소적으로 변하게 만든다. 미국, 유럽 국가 등의 헬스케어 산업 선진국 들에서도 2000년대 초반까지 유사한 이유로 어려움을 겪었었다. 하지만, 그 기업 들의 그 당시 대응은 현재의 우리나라 기업들의 대응과는 차이가 먼 것으로 보인다.
먼저,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들과 우리나라 기업들의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의 목적 조차 다르다. 글로벌 기업들은 “준법”을 궁극적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윤리”(Integrity)를 기반한 사업의 영위를 목적으로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구축한다. 사안에 있어서 법적 잣대와 윤리적 잣대가 다른 경우는 많고, 이때 법을 피해가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윤리적으로 문제 없음을 기업의 판단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또한, 이 목적의 달성을 위해, 기업은 자발적으로 회사내부 절차 및 시스템, 모니터링 등 구체적 해결 방법을 함께 제시하며, 지속적으로 운용한다.
직원들의 행동양식 변화를 위한, 게임화(gamification) 를 활용한 교육 기법은 좋은 예이다. 게임화는 게임(Game)과 접미사 ‘화(化, fication)’를 합친 신조어로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미•보상•경쟁 등의 요소를 다른 분야에 적용하는 기법이다. 그야 말로 무엇을 하면 안 된다는 내용의 직원대상 교육이 아니라,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할지를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교육 방식이다.
최근, 몇몇 회사의 영업사원 들은 “감성영업”이라는 명목아래 담당의사의 출퇴근 픽업은 물론이고, 자녀의 학교 등하교, 개인 차량 정비 등 개인적 심부름까지 처리했다고 한다. 법의 잣대를 들이대기 전에, 윤리적 사안이고, 자기 자신들의 자존감과 본인 업의 자긍심에 대한 사안이라고 생각 된다. 이러한 행태의 영업 행위는 풍선효과와 같이, 국내 헬스케어 시장에 만연되어있다고 판단 된다.
과거 선진국에서도 제도의 시행 이전에는 불법리베이트가 사업모델 중 하나였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점을 해결하고, 새로운 환경에 살아남기 위해, 불법리베이트를 금하는 동시에, 사업모델과 전략을 함께 변화 시켰다. 썩어가는 아랫돌을 빼고, 무언가를 채워 주지 않으면, 탑은 결국 쓰러진다. 이때 가장 흔히 범하기 쉬운 오류는 아쉬운 데로 빼낸 돌을 임시방편으로 궤는 것이다. 선진국의 헬스케어 산업이 쓰러지지 않은 것은, 불법리베이트 문제를 단순 준법의 잣대로 본 것이 아니라, 윤리를 기반으로 한 사업모델과 장기 전략을 성공적으로 변화시킨 데 있는 것이다.
헬스케어산업이 미래성장동력이며 이에 국민들이 거는 기대 또한 크다. 과거는 생각 조차 못했던, FDA의 벽을 잘도 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도 불법리베이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업모델의 적극적 전환, 중장기 전략의 변화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연구 역량의 발전에 맞는 글로벌 수준의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의 도입 없이는 세계 시장은 멀기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