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Brexit)’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영국 자체도 분열될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고 21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스코틀랜드가 영국에서 다시 독립을 시도할 수 있으며 북아일랜드 정세도 아일랜드와의 국경관리 강화를 계기로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오는 23일 브렉시트 국민투표 향방이 300년 이상 지속된 연합국가로서의 영국을 송두리째 뒤흔들 수 있다.
스코틀랜드는 지난 2014년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이 주민투표에서 부결됐다. 그러나 스코틀랜드에서는 EU 잔류를 지지하는 의견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스코틀랜드 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우리의 의지에 반해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다시 (독립을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브렉시트 이후 ‘두 번째 주민투표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43%로, 그렇지 않다는 응답 46%를 소폭 밑돌았다. 그러나 영국 경제가 침체하거나 EU와의 협상 조건이 악화하면 EU 복귀를 목표로 독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신문은 전했다.
북아일랜드는 대다수 개신교계와 소수 가톨릭 거주자들의 갈등과 대립이 다시 표면 위로 떠오를 위험이 있다. 이 지역은 1960년대 아일랜드와의 통합을 목표로 한 가톨릭계와 개신교계의 대립, 영국군의 과격 진압 등으로 분쟁이 격화해 30여 년간 3000명 이상이 희생된 아픈 상처를 안고 있다.
1998년 평화협정을 거쳐 북아일랜드에서는 경제 부흥이 진행됐다. EU 회원국인 영국과 아일랜드 사이에서 국경은 없다시피 해 인력과 물자가 원활히 교류됐다. 또 평화 유지를 위해 EU가 북아일랜드에 많은 보조금과 투자 우대책을 제공하고 있다. 브렉시트로 지금까지 평화를 지탱해온 구도가 무너질 수 있다. 현지 EU 잔류 지지단체는 “영국이 EU를 따나면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의 국경 통제가 강화되고 가톨릭 주민이 다시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수당 소속 전 메이저와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 등 전직 총리 2명은 이달 북아일랜드에서 이례적인 합동 기자회견을 열어 “평화를 흔드는 것은 역사적 잘못”이라며 “연합왕국에 상처를 입혀서는 안 된다”고 EU 잔류를 호소했다.
북아일랜드 퀸스대학의 뮤릿슈 맥카시 강사는 “브렉시트의 대두 배경에는 잉글랜드 민족주의의 고조가 있다”며 “최근 이민 급증 등으로 정체성과 문화가 위협받고 있다는 느끼는 잉글랜드계 주민이 증가하고 있다. 스코틀랜드 등 지방에 대폭적으로 예산 권한을 이양하는 것에 대한 불만도 브렉시트 지지에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
역사적으로 영국은 잉글랜드가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 지배를 강화하는 형태로 형성됐다. 잉글랜드는 영국 인구와 국내총생산(GDP)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대영제국의 중심이었다는 자부심도 강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것이다.
맥카시는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 등의 지원을 등에 업고 영국의 EU 잔류가 결정되는 것이 가장 아이러니한 결과가 될 것”이라며 “잉글랜드의 브렉시트 지지파 불만이 계속 남은 가운데 영국 의회 운영과 지방으로의 권한 이양 방식에도 재검토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데이비드 캐머런 현 영국 총리는 “영국이 EU를 이탈하면 ‘리틀 잉글랜드’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브렉시트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영국은 계속 불화의 불씨를 안고 갈수밖에 없다고 신문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