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철순 칼럼] 부끄러움부터 가르쳐라

입력 2016-07-19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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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부끄러움을 아는 것은 인간이 동물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이다. 마크 트웨인은 “인간만이 얼굴이 붉어지는 동물이다. 혹은 그렇게 할 필요가 있는 동물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얼굴이 붉어지는 게 곧 부끄러움의 표징이다.

인간은 언제 부끄러워지나. 대중 앞에 자신을 내세울 때의 겸손과 주저, 불법 비리를 저질렀을 때의 수치심과 죄책감,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거나 못 했을 때의 미안함과 후회, 이런 세 가지가 아닐까. 맹자의 사단설(四端說) 가운데 수오지심(羞惡之心)과 관련된 정서다. 자기의 옳지 못한 것을 부끄러워하고 남의 옳지 못한 것을 미워하는 수오지심은 의(義)의 극치이다. 수오지심이 없으면 인간이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위에서 말한 세 가지 부끄러움 중에서 자신을 부족하다고 여기고 맡은 일을 잘 하려고 노심초사하는 부끄러움은 도덕과 양심에 충실한 행동의 바탕이 된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부끄러워하지 않거나 직책에 맞는 일을 합당하게 하지 않으면서도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문제다.

‘스타검사’로 알려졌던 홍만표 변호사나 검찰 68년 사상 처음 현직 검사장으로 구속된 진경준 씨를 보면 그들은 원래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인 것 같다. 조사를 받으러 검찰에 왔을 때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사람들처럼 보였고, 둘러싼 기자들에게 뭔가를 자신 있게 브리핑하러 나온 것 같았다. 자신들이 저지른 일이 죄가 안 된다고 확신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박근혜 대통령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잘못에 대해서 부끄러움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아닌가 싶다. 국민들은 대통령의 말을 잘 들을 수 없다. 수석비서관회의나 국무회의 발언을 간접적으로 전해 들을 수 있을 뿐이다.

박 대통령은 성주를 사드 배치지역으로 발표한 다음 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그 당위성과 안전성을 설명했다. NSC는 ‘국가안전 보장에 관련되는 대외정책·군사정책과 국내 정책의 수립에 관해 국무회의 심의에 앞서 대통령의 자문에 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헌법상의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다. 참석자인 외교·통일·국방부 장관, 국가정보원장, 국가안보실장, 외교안보수석 등은 박 대통령이 설명한 그 내용을 작성하고 정리해 보고한 사람들이다.

그러니까 박 대통령은 내용에 대해 궁금해하는 국민들은 외면한 채 전문가들을 상대로 그들로부터 들은 내용을 강의한 셈이다. 그리고 대통령은 몽골에 갔고, 황교안 총리가 성주에 찾아갔다가 봉변을 당하고 돌아왔다.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나 질문을 피한 채 일방적인 강의와 설명을 선호하고 있다. 설득하고 또 설득해도 풀기 어려운 갈등과 반대에 대해 “불필요한 논쟁을 멈출 때”라고만 했을 뿐이다.

대통령부터 할 몫을 다 하지 않으니 이른바 공직기강이 엉망이 되고 사악하고 부정직한 공직자들이 발호하는 것이다. 진 검사장 같은 사람을 인사 검증절차에서 걸러내지 못하고, 비위가 적발된 뒤에도 감싸기만 한 사람들은 사실상 한통속이다.

공직에 임명되는 사람들에게는 예의와 염치부터 가르쳐야 한다. 공무원연수원, 사법연수원 등을 비롯한 각종 교육기관에서 실무 법조문과 규정, 행정사례를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끄러움을 알도록 교양교육, 한문 고전교육부터 해야 한다.

중국 명나라 때의 벼슬아치 여곤(呂坤)은 관리들을 경계하는 저서 ‘여공실정록(呂公實政錄)’에서 이렇게 말했다. “하늘이 관리를 낸 것은 결코 술과 고기를 담는 부대로 만든 게 아니요, 비단을 걸어놓는 옷걸이로 만든 게 아니다. 또 하늘이 백성을 낸 것은 결코 관료를 위한 고기나 생선으로 만든 것이 아니요, 정부의 창고를 채우기 위해서 만든 것은 아니다. 반성하면 반성할수록 부끄러워서 견딜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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