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창업시장의 동향을 살펴보면 불황이 닥친다고 해서 업종을 전환하는 경우도 많지만 기존의 업종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메뉴의 다각화를 꾀하거나 최신 트렌드에 맞추는 등 업그레이드(Up-Grade) 창업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문방구ㆍ카센터ㆍ슈퍼마켓 등 예전부터 있었던 전통적인 창업 아이템이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거나 고객 차별화를 통해 한 단계 높아진 새로운 창업 아이템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는 것.
창업 전문가들은 "특히 소자본 창업시장의 경우 진입과 탈퇴가 자유로운 완전경쟁 시장에 가깝기 때문에 기존 창업자도 끊임없는 점포 업그레이드를 통해 경쟁력을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동네 슈퍼ㆍ과일가게의 진화
이마트ㆍ홈에버 등 대형 할인마트와 편의점의 부상으로 고사위기를 맞고 있는 동네 소형 슈퍼마켓들이 연계 마케팅을 통해 생존법을 찾고 있다.
요즘 화제를 모으는 것은 구멍가게의 반란. 대형 할인마트와 24시간 편의점의 부상으로 고사(枯死) 위기를 맞고 있는 동네 슈퍼들은 연계 마케팅과 고객 밀착 서비스를 통해 살 길을 찾고 있다.
'햇빛촌'은 동네 슈퍼들의 연합 브랜드로 매장 인테리어를 대형 마트처럼 밝고 깔끔하게 정리하고 PB(자체 브랜드)를 내세워 인지도를 높였다.
또한 공동 주문 방식을 적용해 종전 대비 30∼40% 저렴한 가격으로 물품을 제공하면서 경쟁력을 대폭 끌어올렸다.
아울러 예전에는 동네 어귀 어디에서나 볼 수 있었던 과일가게도 경쟁에서 밀리면서 하나 둘 사라지고 있지만 최근에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사과 반쪽도 배달해주는 과일가게도 나왔다.
'푸릇푸릇'은 질 좋고 신선한 과일을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바로 먹을 수 있도록 차별된 배달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화 한 통이면 원하는 과일을 집에서 편안하게 배달 받을 수 있으며 기존 과일가게와 달리 백화점 과일코너 같은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갖추고 있다.
이외에도 '키즈팩', '안티 스트레스팩' 등 어린이나 직장인을 위한 패키지 상품을 구비하고 과일을 미리 먹어볼 수 있도록 시식코너도 마련했다.
◆ 동네 문방구가 팬시문구 전문점으로 변신
대형 문구 할인점에 밀려 사양길을 걷던 동네 문방구도 업그레이드를 통해 활로를 모색 중이다.
문구·팬시전문점 '통큰딱따구리' 기존 문구점과 달리 쾌적한 공간에서 문구·팬시 용품 등 다양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매장을 편의점처럼 개방형 공간으로 구성해 깔끔한 인상을 주고 물류 진열방법도 다른 문구점의 주먹구구식 방법이 아니라 문구, 팬시, 생활용품 등으로 제품을 분류해 찾기 쉽게 배치했다.
문구점의 주 고객층이 개성이 강하고 유행에 민감한 초·중·고 학생들인 점을 감안해 상품의 디자인과 품질에도 신경을 써 매출 향상에 큰 구실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구매액의 10%를 적립해주는 적립 카드 제도를 도입해 단골고객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 낙후한 카센터를 신식 자동차 내ㆍ외장관리 전문점으로
카센터 하면 기름때가 묻은 옷을 입은 정비사와 각종 공구들이 바닥에 흩어져 있는 모습을 연상하게 되지만 최근에는 현대식 설비를 갖춘 자동차 내·외장관리 전문점으로 변신 중이다.
자동차 내·외장관리 전문점 '맥과이어스'는 기존의 낙후된 수리 공장 형태에서 벗어나 신세대 취향의 모던한 인테리어를 채택하고, 작업장도 외부에서 훤하게 볼 수 있도록 개방형으로 설계했다.
또 자동차 표면을 깎지 않고 덮어서 광택을 내는 '투명 광택 서비스', 자동차 실내를 광촉매액으로 코팅해 공기 정화, 냄새 제거, 오염 방지 등을 해 주는 '광촉매 코팅 서비스' 등을 추가 고객 만족도를 높였다.
맥과이어스 관계자는 "자동차가 단순히 운송 수단의 개념에서 벗어나 신분의 상징이나 가족 생활공간, 또는 비즈니스 공간으로 개념이 바뀌고 있다"며 "이에 따라 브랜드를 내세운 서비스 고급화 전략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동네 카센터 같은 이미지로는 고가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을 끌어들이는데 한계가 있다"며 "업그레이드를 통해 설비와 기술을 강화하고 전문성을 강조하면서, 서비스 가격을 두 배 가까이 높여 받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 과도한 추가비용 투입 피해야
수많은 점포들이 쏟아지면서 보다 나은 품질 및 서비스, 시설을 갖춘 점포에 고객이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낡은 시설과 저급한 제품, 그리고 낮은 수준의 서비스로는 고객을 유인하기 어렵고, 변화한 고객 성향에 맞는 업그레이드 점포만이 관심을 받을 수 있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하지만 업그레이드를 위해 너무 많은 추가 비용을 들이거나 치밀한 사전 검증 없이 무조건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 대표는 "업그레이드의 기본은 업종의 장점은 살리면서 단점은 보완하는 것"이라며 "업종 고유의 특징을 보강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유행 아이템 코드만을 첨가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일시적이나 단편적이어서는 안 되고, 품질 및 서비스, 시설, 브랜드 등 모든 분야에서 환골탈태를 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설명>
최근 창업시장에서는 기존의 업종이나 아이템을 업그레이드해서 매출 증대 효과를 누리고 있는 곳이 늘고 있다.
기존의 동네 문방구에서 정돈된 인테리어와 다양한 상품을 구비해 학생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는 문구팬시 전문점 '통큰딱따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