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은 국내 제약산업 역사에서 '돈 되는 국산신약' 시대의 원년으로 평가받는다. 사상 처음으로 국내기업이 개발한 신약 3개 제품이 나란히 매출 100억원을 돌파하며 국산신약의 상업적 성공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돈 되는 국산신약' 시대를 열었던 제품들이 경쟁 약물에 밀려 짧은 전성기를 뒤로 한채 끝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27일 의약품 조사업체 유비스트의 자료에 따르면 부광약품의 B형간염치료제 '레보비르'는 올해 상반기 11억원의 원외 처방실적을 기록, 전년동기대비 21.9% 줄었다. 지난해 매출 28억원보다 더욱 감소할 조짐이다.
지난 2006년 말 허가받은 레보비르는 한때 '잘 나가는' 간판 국산 신약으로 평가받았다. 당시 먹는 B형간염치료제가 '제픽스'와 '헵세라' 2개에 불과한 상황에서 레보비르는 발매와 동시에 시장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발매 이듬해 2007년 매출 132억원을 기록했고 이듬해에는 200억원 고지도 넘어섰다. 비슷한 시기에 발매된 BMS의 '바라크루드'의 라이벌로 평가받기도 했다. 바라크루드는 지난해 1676억원의 원외 처방실적을 기록하며 4년 연속 전체 1위에 랭크된 대형 제품이다.
하지만 2009년 5월 미국 파마셋이 레보비르의 임상 3상시험을 진행하다 근육병 부작용을 이유로 임상시험을 중단한 이후 레보비르의 입지는 급격히 위축됐다. 당시 부광약품은 레보비르의 판매를 한달 정도 중단한 이후 판매를 재개했지만 매출은 2009년 125억원, 2010년 80억원으로 내리막을 탔다. 2011년 대한간학회가 레보비르를 초기 환자에게 사용을 권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B형간염치료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레보비르는 치명타를 입었다.
특히 다국적제약사들이 효과 좋고 안전한 제품을 내놓으면서 레보비르는 설 자리를 잃고 말았다. 지난해 원외 처방실적 1위(바라크루드), 3위(비리어드) 제품이 다국적제약사의 B형간염치료제다.
결국 부광약품은 한때 경쟁제품으로 불리던 '바라크루드'의 복제약(제네릭) '부광엔테카비르' 판매에 나서는 수모를 감수했고 올 상반기에는 부광엔테카비르의 처방실적이 11억원을 기록하며 레보비르를 뛰어넘고 말았다.
유한양행의 위장약 '레바넥스'도 상반기 11억원의 처방실적을 기록, 존재감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지난 2005년 국산신약 9호로 허가받은 레바넥스는 2007년 121억원, 2008년 174억원의 매출로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는 듯 했다.
그러나 다른 약물들과의 경쟁에서 밀리며 2010년 80억원으로 매출이 줄었고 점차적으로 '돈 되는 신약'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유한양행도 레바넥스에 더 이상 미련을 갖지 않는 분위기다.
유한양행은 레바넥스보다 효과가 강력한 후속물질을 개발 중이었지만 상업화를 포기했다. 레바넥스와 또 다른 위장약 '가나톤'을 결합한 복합제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을 착수했지만 상업화 단계에 도달하지 못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기존에 팔리는 제품에 비해 효과와 안전성이 월등하지 않는 한 신약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상업화 단계까지 추진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토종발기부전치료제 1호인 동아에스티의 '자이데나'의 위상도 예전만 못하다. 지난 2005년 말 허가받은 자이데나는 2007년에 매출 100억원을 돌파한 이후 2014년까지 8년 연속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2010년과 2011년에는 각각 200억원, 202억원의 매출로 '비아그라', '시알리스' 등 다국적제약사의 발기부전치료제를 위협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012년 비아그라의 특허만료로 국내업체들이 비아그라 제네릭을 저렴한 가격으로 무더기로 내놓은 이후 자이데나의 매출은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값싼 시알리스 제네릭도 수십개 등장하면서 9년만에 매출 100억원이 무너졌다. 동아에스티가 올해 초 자이데나의 가격을 평균 60% 인하, 올해 매출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자이데나의 가격 인하 이후 기존 공급물량에 대해 반품 처리를 하면서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