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풍’(女風)이 거세다지만 국내 증권업계에서 여성 임원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국내 증권사에서 2006년 첫 여성 임원이 배출됐지만, 10년이 지난 현재 10대 증권사에 근무하는 상근 여성 임원은 전체의 1%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
16일 이투데이가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국내 10대 증권사(자본총계 기준) 분기보고서를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 지난 3월 말 기준 상근 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여성은 7명에 불과했다. 이는 10대 증권사 임원(상근·비상근 포함) 377명에서 1.86%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국내 증권사에서 처음으로 임원 승진한 여성은 박미경 전 한국투자증권 상무다. 박 전 상무는 1997년 한국투자신탁에 입사해 마포지점장, 홍보부장, 여의도 프라이빗뱅킹(PB) 센터장, 마제스티클럽 부장을 거쳐 지난 2006년 PB본부장으로 승진했다.
박 전 상무는 2011년 한화투자증권으로 자리를 옮겨 PB전략팀 팀장(상무급)을 맡았으나 2013년 사의를 표명했다. 이와 함께 NH투자증권(옛 우리투자증권)의 오세임 상무, 미래에셋증권의 전진희 이사와 윤자경 상무 등이 임원 배지를 달았으나 현재는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난 3월 말 기준 국내 10대 증권사의 여성 상근 임원은 삼성증권의 이재경 상무(SNI사업부장), 박경희 상무(강남1권역장), 미래에셋증권의 남희정 이사(정자동지점 지점장), 노정숙 이사(강남구청지점 지점장), 형정숙 이사(업무지원본부 담당임원), 이지영 이사(국제영업팀 팀장), 조은아 이사(업무지원본부 본부장) 등 7명이다.
증권업계에서 여성들의 입지가 유독 좁은 이유는 증권업의 꽃으로 불리는 위탁매매 영업(브로커리지)에서 여성들이 능력을 발휘하기 쉽지 않다는 인식이 퍼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 증권사들이 개인자산관리(WM) 분야에 뛰어들며 대졸자 공채로 여성을 뽑아 영업 분야에 배치하면서 점차 성과를 인정받기 시작했다. 현재 10대 증권사 여성 임원들 역시 지점장과 프라이빗뱅커(PB) 등 영업통 출신이 대부분이다.
삼성증권의 첫 여성 지점장이자 첫 여성 임원인 이재경 상무와 박경희 상무 모두 현역 시절 1000억 원대 고객 자산을 관리한 스타 프라이빗 뱅커 출신이다. 미래에셋증권의 남희정, 노정숙 이사 등도 지점장 출신 임원이다.
하지만 증권업계 여성 임원 비중이 여전히 낮은데다, 대부분 본사 지원 분야나 위탁매매 영업군에 한정돼 있다는 한계는 여전하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업계 여성 임원 비중이 미미한 수준이지만, IB나 트레이딩 분야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여성 인력이 많아지는 추세라 시간이 지나면 다양한 업무 분야에서 여성 임원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증권업계를 비롯한 여타 산업군에서도 여성 임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여성가족부가 기업들의 2015년 사업보고서를 분석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 기준 100대 기업의 전체 임원 중 여성임원 비율은 2.3%에 불과했다. 또 여성임원 비율 상위 30% 기업의 여성임원 비율은 5.1%에 그쳤다.
여성임원이 있는 기업이 많이 분포된 산업은 금융보험업(16개), 제조업(14개)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상위 10위권 안에 금융·보험업만 6개 기업이 들어갔다. 여성임원 비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한국씨티은행(23.5%)이었다. 이어 중소기업은행(15.8%),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14.3%), 국민은행(10.5%), 우리은행·CJ제일제당(8.3%)이 뒤를 이었다.
금융·보험업의 여성 임원 평균 비율은 3.3%였다. 국내 은행 7개 업종의 평균 여성 임원 비율은 10.3%였지만, 보험·증권·카드·투자 업종 등의 여성임원이 적어 전체 금융·보험업의 평균치를 떨어뜨린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