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무상 기저귀는 왜 안 돼?

입력 2016-09-07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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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정 동전주우체국 행정서기

난 곧 돌을 앞둔 아이를 둔 엄마이자 직장 여성이다. 지금은 육아휴직 상태다. 아이를 낳은 후,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참 많이 달라진 것 같다. ‘말로만’ 아이 키우기 힘든 세상인 줄 알았다. 힘껏 벌어서 키우면, 얼마든지 남부끄럽지 않게 아이를 돌볼 수 있으리라 믿었다. 하지만 아이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키우기에는 버겁다는 것을 최근 들어 많이 깨닫는다.

물론 정부가 해주는 것도 있다. 정부는 출산 부모에게 아이 1명당 양육수당 월 20만 원을 지원한다. 듣기엔 그 돈만으로도 충분히 양육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 턱없이 부족하다. 한 달 기저귀, 분유 값만 해도 20만 원가량 되는데 다른 필수품 구매비용까지 합하면 아이 1명 키우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정말 만만치 않다.

저출산 시대의 출구는 ‘출산’ 그 자체다. 에둘러 돌아갈 필요도 없다.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서는 아이를 키울 만한 여건을 만들어주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무상 기저귀 지급 같은 기발한 시도도 해볼 필요가 있다. 사실 무상 생리대 지급과 무상 기저귀는 같은 맥락의 문제다. 우리가 생리대가 여성의 필수품이라는 관점에서 무상 지급에 공감하듯, 기저귀도 아기의 필수품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생리대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또한, 영아들의 쉼터도 더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키즈카페’로 대변되는 놀이공간이 있기는 하지만, 이곳은 갓난아기가 아닌 더 큰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다. 올여름 무더위에 아이를 데리고 어디를 가야 하나 고민했을 엄마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에어컨이 없거나 혹은 에어컨이 있어도 전기요금 폭탄이 두려워 집을 나서 마땅히 데려갈 곳을 찾지 못하고 헤맨 경험들이 엄마들에겐 낯설지 않다. 무상 기저귀든 영아 쉼터든, 중요한 건 정부의 기발한 정책 상상력이다. 아이는 부모 혼자서 키우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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