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후보 1차 토론] 트럼프 과격 발언 억제에 엔화 약세·멕시코 페소 가치 급등

입력 2016-09-27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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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공화 양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의 첫 TV 토론이 격렬한 설전 끝에 막을 내렸다. 26일 뉴욕 주 헴프스테드 호프스트라대학에서 90분간 열린 첫 TV 토론에서 클린턴은 트럼프 공격으로 막말을 유도하는 전략을 구사했고, 트럼프는 평소의 막말을 억제하면서도 이메일 스캔들 등 클린턴의 약점을 공격하는 식으로 맞섰다. 그러나 27일 도쿄외환시장에서는 클린턴의 판정승으로 받아들이면서 이른바 ‘트럼프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후퇴, 대표적 안전자산인 엔화가 약세를 보였고, 멕시코 페소 가치는 급등했다. 오후 12시 35분 현재 달러·엔 환율은 전날보다 0.4% 상승한 100.76엔을 나타내고 있다. 오전 한때는 100.09엔으로 8월 26일 이후 최고 엔고를 기록했었다. 엔화는 주요 16개 통화 모두에 대해 전일 종가 대비 하락세다.

대선 후보의 첫 TV 토론회 시작 전에는 불확실성에 엔화가 강세를 보였으나 토론회가 진행되면서 클린턴 후보가 우세하다는 견해를 배경으로 미국 증시 선물이 상승, 엔화 매도가 우세해졌다.

IG증권의 이시카와 준이치 수석 FX 전략가는 블룸버그에 토론회에 대해서 “클린턴이 트럼프의 공격을 냉정하게 받아 넘겨 다소 우세한 인상이었다”며 “미국 증시에 긍정적 요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멕시코 통화인 페소 가치도 미국 달러화에 대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전날은 달러당 19.9페소선이었으나 이날은 19.5페소대로 가치가 올랐다. 이날 TV 토론회에서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로부터 대 멕시코 정책에 관해 기존의 과격한 발언이 나오지 않자 투자자들이 페소 보유고를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지명된 후 페소화 가치가 계속 하락했다. 트럼프는 그간 멕시코 이민자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국경에 장벽을 설치해야 한다는 등의 강경 발언을 일삼아 왔으며, 미국이 맺은 기존 무역 협상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해왔다. 트럼프는 자신이 미국 대통령이 되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파기하고 연간 3000억 달러 규모에 이르는 멕시코의 대미 수출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이에 멕시코에선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올 때까지 투자 계획을 보류하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클린턴은 이날 토론회 모두부터 공격적으로 나왔다. 그는 “트럼프는 1400만 달러를 아버지로부터 빌려 사업을 시작했다”며 트럼프를 자극했고, 이에 대해 트럼프는 “아주 적은 금액”이라고 반박했다.

트럼프는 “클린턴 장관”이라고 부르며 평소 부르던 “사기꾼 힐러리”라는 별명 쓰는 걸 자제하는 등 대통령 다움을 연출하느라 부심하는 모습이었다. 다만 논의가 달아오르자 “(클린턴은) 말 뿐이며,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 전형적인 정치인”이라고 비난했다.

클린턴은 트럼프가 확정 신고서를 공개하지 않는 사실을 지적하자, 트럼프는 “클린턴이 공무로 사용한 개인 이메일을 공개하면 나도 하겠다”고 반격했다. 이에 대해 클린턴은 “(내 메일 문제는) 실수였다.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해명했지만, 트럼프는 “의도적”이라고 추궁했다.

두 후보는 TV 중계뿐 아니라 인터넷을 통한 시청자도 의식했다. 클린턴은 “나는 웹 사이트에서 (트럼프의 발언의) 사실 검증을 하고 있으니 봐 달라”고 말했고, 트럼프도 “내 것도 봐달라”고 응수했다.

이날 클린턴 진영에선 선대 간부 외에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딸 첼시가 토론회장을 찾았다. 트럼프 진영에선 아내인 멜라니아와 자녀들이 참석했으며, 그외에 클린턴이 국무장관 시절에 일어난 리비아 벵가지에서의 미국 영사관 습격 사건의 생존자도 초대, 클린턴의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실추시키려는 의도가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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