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승진 규정에 명시적인 성차별적 요소가 없다 하더라도 통계상 여성이 남성에 비해 승진 비율이 현저하게 낮다면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는 판단이 나왔다.
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은 12일 '성별과 출산·육아휴직을 이유로 승진에 차별을 받았다'며 서울시 출자·출연기관인 ㅅ재단 여직원 A씨가 인권침해 조사를 신청한 것과 관련, ㅅ재단 대표에게 성차별로 피해를 본 직원의 구제와 향후 성차별이 발생하지 않는 승진제도를 운영하라고 권고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07년 ㅅ재단에 6급으로 입사했다. ㅅ재단 6급 직원이 5급으로 승진하는데 평균 5년3개월이 걸린다. 하지만 A씨는 8년4개월(지난해 12월31일 기준) 동안 승진하지 못했다.
신청인은 ㅅ재단이 승진에서 여성, 특히 출산·육아휴직 사용자를 차별해 승진이 미뤄졌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2년 6급 승진 후보자 중 총점이 2순위이었음에도 출산휴가 중이라는 이유로 승진하지 못했고 2013년은 육아휴직 중이라는 이유로 승진 후보자에서 제외됐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예정됐던 승진계획이 올해로 지연돼 승진후보자가 바뀌면서 승진이 무산됐다고도 해석했다.
하지만 ㅅ재단은 모든 승진절차는 재단 내규에 따라 진행된 것으로 위법·부당한 행위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모든 승진은 인사규정, 시행내규 등에 근거해 승진심사위원회가 승진후보자(3배수)를 추천하면 최고관리자(옛 최고관리단)가 종합적인 면을 검토해 최종 승진자를 결정하는 임용하는 절차를 밟아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지난 2012년 B씨가 승진대상자 중 총점 2순위자였지만 최고관리단 심사에서 탈락했고 2013년은 육아휴직 중이라 휴직자를 근무평정에서 제외하는 내규상 승진대상자가 아니였다는 해명이다. 올해는 승진심사위원회 추천 후보자에는 포함됐지만 최종 승진자에서 제외됐다.
시민인권보호관은 ㅅ재단 직원 승진 현황을 성별로 나눠 본 결과, 성별간 차이가 명백하게 나타나 승진에 성차별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ㅅ재단 승진 현황을 보면 남직원의 누적 승진 비율이 높고 승진 소요기간도 더 짧다.
대한민국헌법은 고용영역에서의 성차별을 금지하는 조항을 별도로 두어 강조하고 있고, 국가인권위원회법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임신 또는 출산 등을 이유로 고용과 관련해 특정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ㅅ재단은 재단의 승진결과가 규정에 따라 객관적인 심사기준을 거친 것으로 차별은 없었다고 주장하나, 형식상 중립적인 기준이 특정 집단에게 불이익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 이는 다른 상황에 처한 집단을 동일하게 처우함으로써 발생하는 차별에 해당한다.
이윤상 시민인권보호관은 "시정권고는 ㅅ 재단만 적용되지만 선례가 만들어진 만큼 다른 기관에도 영향을 주길 기대한다"며 "성차별적 고정관념, 휴직자를 승진에서 배제하는 제도 등 성차별적 승진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를 분석해 평등한 승진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