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연구단장은 1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암 학회 기조강연을 통해 "중국과 미국에서 크리스퍼기술을 임상에 적용한다는 소식들이 들린다"면서 "크리스퍼기술은 이제 거의 완성단계로 유전자교정 기술이 새로운 질환 치료 기술로 대두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1세대 유전자가위인 징크핑거 뉴클레이즈(ZFN)부터 2세대 탈렌(TALEN) 3세대 크리스퍼까지 모두 연구한 유전자가위 최권위자로 최근 크리스퍼의 국내 특허도 확보했다.
중국에서 진행되는 임상은 말기암 환자 면역세포에서 PD-1 단백질을 발현하는 유전자를 제거, 편집하고 이후 배양과정을 거쳐 환자에게 재주입함으로써 면역 자가억제 기전을 없애는 것이다. 결국 이를 통해 면역세포들이 암세포를 적극 공격하게 된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임상 착수 속도로만 보면 우리가 늦었다"면서 "국내의 경우도 생명윤리법 개정으로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공동 연구할 임상 연구진이 없어 착수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기초연구부분에 있어서는 우리가 모든 길을 닦아놨고 타깃 스크리닝에 있어서도 최적화된 기술을 보유 중이기 때문에 FDA나 EU 등에서 요구하는 조건의 데이터 퀄리티를 생산하는데 있어서 유리한 점이 있다"면서 "국내 임상의들과 협업해 활발한 연구를 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유전자교정 치료제 개발에 따른 윤리 문제는 점차 합의에 이르고 있다. 김 교수는 다만 "인간 배아에 적용하는 것에 대한 의견은 아직 분분하다. 작년 워싱턴에서 연구자들이 모여서 얘기한 결론은 연구용으로만 배아에 적용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유전자가위를 통한 치료제는 임상에서는 엄격한 규제를 적용해서 확실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일부는 유전자가위가 종양 유전자에 관여해 암세포가 될 것을 우려한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우리는 'On target' 효과는 높이고 'off target' 효과는 최소화하는 최적의 방법을 찾았다. 실제로 NGS를 이용한 스크리닝 결과에서도 종양 유전자의 변화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유전자 가위는 암이나 희귀질환 뿐만 아니라 퇴행성질환 모델 동물 실험에서도 훌륭한 효과를 보이는 것이 확인됐다"면서 "유전자 교정기술은 정말 다양한 분야의 질환에 적용 가능하다"고 국내 임상의들의 적극적인 관심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