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을 둘러싼 스캔들이 경제 방면에서 한국이 가진 문제점들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경고했다.
FT는 27일(현지시간) ‘대통령, 무당 그리고 한국을 뒤덮는 스캔들’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은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며 일련의 중대한 기업문제가 발생하는 가운데 리더십의 부재와 혼란이라는 ‘복합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박 대통령은 4년 전 정권을 잡을 때 한국의 재벌구조를 뜯어고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지금 박 대통령은 이런 재벌로부터 막대한 돈을 강제로 탈취했다는 스캔들의 한복판에 서게 됐다.
삼성전자와 롯데 등 대기업들의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으며 박 대통령의 가장 친한 조력자는 권력남용 혐의로 기소됐고 대통령은 검찰 조사를 피하고자 싸우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청와대에서 샤머니즘적 의식(굿판)이 벌어졌다는 주장에서부터 비자금,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이르기까지 온갖 추문이 쏟아지고 있다.
뇌물이 한국에서 새로운 것은 아니며 재벌에 속한 기업 임원들도 수시로 관련 조사와 재판을 받지만 이번은 그 규모가 다르며 특히 한국이 처한 복합적인 위기를 고려하면 더욱 심각하다고 FT는 지적했다. 연세대의 문정인 교수는 FT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총체적인 혼란에 빠져 있다”며 “정치적, 지정학적, 경제적 위기가 서로 얽힌 가운데 균열을 봉합하거나 사회를 이끌 리더십이 없다”고 분석했다.
FT는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 2013년의 63%에서 현재 4%로 떨어져 역대 대통령 중 최저 수준으로 전락했다며 최순실 스캔들이 그 기폭제가 됐다고 소개했다.
이어 한국인에게 이번 스캔들은 단순히 부패와 투명성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어렵게 얻어낸 민주주의가 박정희의 딸인 현 대통령에 의해 전복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 일으키게 했다고 전했다.
김지윤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요한 순간이다.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처리하는지가 한국 정치의 앞날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1987년 이래 우리가 준비해왔던 민주적인 시스템 전반을 무시하고 있다”며 “박 대통령 측 변호사가 검찰 조사에 대통령이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그런 공포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성장둔화와 고령화에 따른 노동인구 감소, 안보 위협 증대 등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중대한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번 사태에 따른 국가 이미지 손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FT는 한국의 양대 무역 파트너인 중국과 미국에서 한국에 대해 좋지 않은 분위기가 고조되는 것이 더욱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계획에 격분하며 한류 금지령을 내렸다. 주한미군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는 도널드 트럼프가 차기 미국 대통령에 오르는 것도 한국에는 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FT는 박 대통령이 비틀거려도 자리를 유지하려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청와대에 있는 한 기소로부터 자유롭고 탄핵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이번 스캔들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까지 이어질 우려도 있다고 내다봤다. 다음 대선은 내년 12월로 잡혀 있다.